마이너스 통장 금리가 9%?… 이것부터 퇴출
조혜진 삼성증권 SNI서울파이낸스센터지점 차장(왼쪽)이 송충현 기자에게 신혼부부 투자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조 차장은 불필요한 이자를 내게 하는 소액 대출을 없애는 게 투자의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난달 결혼했습니다. 싸이의 노래처럼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새신랑입니다. 매일이 행복할 때이지만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신혼여행이라는 찰나의 축제 뒤 저를 기다리던 텅 빈 통장과 전셋집 대출금 때문입니다. 결혼 전엔 재테크를 몰랐습니다.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아꼈습니다. 그렇게 해선 대출금을 갚고 돈을 모을 엄두가 안 났습니다. 그래서 시작합니다. 재테크 초보의 시시콜콜한 금융투자 입문기. 함께하시죠.》
“꽤 많지.” 무심한 척 김치를 집으며 답합니다. 그러나 머릿속으론 10만 원을 1만 원처럼 쓰던 때가 스쳐갔습니다. 청첩장을 돌리며 대접한 밥값과 술값, 신혼여행비와 예식비, 전셋집 대출금 등. 식탁 아래로 왼손을 내려 손가락 하나를 1000만 원 삼아 세어 봤습니다. 손가락이 모자랐습니다.
젊은 부부는 라면 그릇을 치우고 머리를 맞댔습니다. 종이를 가져와 대출금과 월 소득을 적었습니다. 막막해집니다. 수입에 맞춰 지출을 어떻게 꾸릴지 감이 없어 둘은 눈만 끔벅끔벅거립니다. 정밀한 ‘진단’과 ‘조언’이 필요했습니다.
상담실에 앉자마자 물었습니다. “여기는 어떤 사람들이 주로 와요?” “30억 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가 주 고객이에요.” 괜스레 무릎을 모으고 바른 자세로 앉게 됩니다. 평범한 직장인도 상담이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그는 “당연하죠”라며 방긋 웃었습니다.
우선 월 소득과 월별 예상 지출, 대출액 등을 일러줬습니다. 꼼꼼히 받아 적던 조 차장이 묻습니다. “1000만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고 하셨는데 금리는 얼마죠?” “학자금 대출 연체 때문에 조금 높아요. 9% 정도?” 조 차장의 눈이 동그래집니다. “이거 먼저 없애셔야 해요. 월 이자 8만 원, 이게 다 새는 돈이에요.”
액수가 큰 전세자금 대출에 대해선 의외로 “그냥 두라”는 지침이 떨어집니다. 4%의 낮은 금리가 이유였습니다. 금리가 낮아 가계에 무리가 없는 대출은 심리적 긴장을 불러와 소비를 줄이게 한다는 설명입니다. 대신 대출이자보다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찾으면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마이너스 통장은 축의금을 이용해 없애기로 했습니다. 지인이 십시일반 모아준 축의금은 밥값을 빼고 약 700만 원입니다. 자녀에게 주는 축의금이 증여에 해당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조 차장은 자녀가 부모 지인에게 들어온 축의금을 받을 땐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고 알려줬습니다. 저처럼 결혼 당사자에게 들어온 걸 받으면 신고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음 회에는 누가 자금 관리인이 됐는지에 대한 결정과 급여통장 합하기, 자금 형성 목적을 분류해 포트폴리오 짜기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