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섭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연평부대 전투 현장을 방문해 보니 포탄이 떨어진 자리엔 빨간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특히 불타는 철모를 쓰고도 응전했던 임준영 상병이 싸우던 K9 자주포 포상은 폭탄이 떨어져 움푹 파인 자리와 파편으로 무수한 홈이 파인 구조물이 당시의 처절했던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울창했던 소나무 숲은 포격으로 화재가 나서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으로 변했다. 벌써 2년이 흘렀지만 포격을 당했던 민가에는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짐작할 만하게 타 버린 가재도구, 깨진 찻잔, 찌그러진 세숫대야 등이 매캐한 탄 냄새와 함께 남아 있었다.
현장을 잘 보존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서정욱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하고 민간인도 2명이나 사망한 끔찍한 현장을 보고도, 북한의 도발적 성향을 부정하고 무조건적인 화해협력을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도 적지 않은 국민이 천안함 사태가 북의 소행이라 믿지 않고 있다. 46명의 젊은이의 숭고한 생명이 희생된 사건을 남한의 정치적 불순한 의도는 아니냐고 의심하는 그들이 연평도 포격 도발 현장을 둘러보길 권하고, 특히 전쟁의 후유증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의 젊은 세대가 남북 분단의 냉정한 현실을 직접 보고 느끼면 좋겠다. 현장을 보면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화적인 남북의 공생 발전을 위한 협력도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현실 인식의 바탕 위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연평도는 불과 10여 km 앞에 북한 땅이 있는 전략 요충지이다. 제1, 제2 연평해전이 일어났던 것만 봐도 이 지역에 대한 남북 간의 긴장을 알 수 있다. 북한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황해도 해주항과 사곶 해군기지에서 잠수정과 공기부양정 등으로 공격해 온다면, 순식간에 수도권이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코앞에서 그들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는 연평도 해병부대는 우리에겐 더없이 든든한 방어막이다.
연평도는 여의도만 한 크기로 조기잡이로 유명했던 곳이고, 지금은 꽃게가 많이 잡히는 아름다운 섬이다. 어느 할머니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작은 섬에서 시집을 오셨으나 가보지 못한다고 했다. 언젠가 남북이 통일되고 나면, 분단 이전의 시절처럼 남북한 주민이 편안한 마음으로 놀러 갈 만한 장소이다. 연평도 포격 2주년을 맞아 재조명되고 있는 연평도에서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목숨 걸고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하고 있는 해병대 대원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최종섭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