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씨의 관심사는 최근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한 끼 식사를 준비할 때마다 조금만 더 신경 쓰면 가족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구의 건강’까지 배려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부터다. ‘저탄소 농법’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이를 소비자들이 적극 이용하면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저탄소 농산물로 지구 건강까지
장 씨는 최근 김장철을 앞두고 ‘무경운 농법’으로 재배된 배추를 구입했다. 무경운 농법이란 땅을 갈지 않고 작물을 재배하는 농법이다. 화학비료를 줄일 수 있어 토양오염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화학비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배출량도 감소시킬 수 있다. 장 씨는 “우리 가족이 이 배추를 먹으면 가족 건강은 물론 지구 건강까지 동시에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부터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사업’을 시작했다. 저탄소 농법을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농축산물을 정부가 공식 인증하는 사업이다. 인증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관계자는 “공산품 등 일반 제품에 대한 ‘탄소표시제’는 영국, 일본 등 많은 나라가 시행하고 있지만 농축수산물까지 저탄소 인증제를 시행한 것은 한국이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따르면 4인 가족이 1년간 ‘저탄소 인증 쌀’을 먹으면 일반 쌀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탄소배출을 10% 줄일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쌀을 저탄소농법으로 재배하면 연간 90만 t의 탄소배출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형 승용차로 서울과 부산을 500만 번 왕복할 때 배출되는 탄소량 또는 35년 된 소나무 1억3000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비슷하다.
○ 쌀·고추 등 7개 품목 시범 사업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올해 5월 시범사업 대상자 심사를 통해 농업법인 7곳을 최종 선발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길재 박사는 “시범사업을 통해 온실가스 절감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인 다음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농가소득과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동시에 높이는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