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생활 1년 연장 합의한 SK 포도대장
“다시 1군 안방을 지키고 싶다!” 구단의 코치직과 연수 제안을 거절하고 현역 생활 연장을 결정한 SK베테랑 포수 박경완은 “내년에도 2군에 머문다면 SK를 떠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6월 20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포수로 출전한 모습. 동아일보 DB
○ “감독이 안 쓰겠다면 떠나는 게 맞다”
박경완은 16일 선수 생활을 1년 연장하기로 SK와 합의했다. 내달 구단과 연봉 협상을 할 예정이다. SK는 그에게 코치직과 해외연수를 제안했다. 박경완은 정중히 거절했다. 그는 “이렇게 잊혀지듯 선수생활을 접고 싶지 않다”며 현역 연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내년 시즌에도 그가 1군에 살아남을지는 불투명하다. 올 시즌 주전포수로 뛴 조인성 정상호가 건재한 데다 이재원까지 복귀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달 2일 SK 이만수 감독이 미국 플로리다 마무리훈련에서 돌아오면 ‘담판’을 짓겠다고 했다. 만약 내년에도 올해처럼 2군에 주로 머문다면 10년 동안 뛰었던 SK를 떠난다는 각오다. 그는 “만약 감독이 나를 안 쓰겠다면 내가 떠나는 게 맞다. 이렇게 2군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 “내 몸은 경기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
SK와이번스 제공
그는 올해 초 스프링캠프 때부터 자신이 점점 소외되고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올 시즌 1군 출전 경기는 8차례. 1991년 데뷔 이래 가장 적은 출전 경기 수다. 그는 “만약 내가 다른 포수에 비해 기량이 떨어져서 밀려난 거라면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말도 없이 2군에 머물고만 있어 답답했다”고 털어놓았다.
박경완은 2군에서조차 설 자리가 별로 없었다. 2군 경기 출전도 36차례에 불과했다. SK 김용희 2군 감독의 입장에서는 신인 선수에게도 출전 기회를 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2군의 현실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3, 4일에 한 번밖에 경기에 나서지 못해 타격감을 끌어올릴 수 없었다”고 했다.
○ “포수로선 누구보다 자신 있다”
“오늘이 내 야구 인생에서 마지막 경기가 될 듯해. 그래도 최선을 다할 거니까 좋은 결과가 있겠지. 열심히 할게.”
문제는 타격이었다. 올 시즌 1군 타율은 불과 1할(20타수 2안타). 2000년 홈런 40개를 쳤던 왕년의 홈런왕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그는 “분명 전성기만큼 방망이를 휘두르긴 어렵다. 하지만 타격 감각을 살릴 기회가 부족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만수 감독은 “야구 선수가 실력이 안 되는데 뛸 수는 없다. 그 당시 박경완은 부상이 회복되지 않았고 타격도 약해 다른 포수들에 비해 부족했다”고 말했다.
○ “어디서든 야구를 하고 싶다”
박경완이 소망하는 건 단 하나. ‘어느 팀에서든 주전 포수로서 야구를 하고 싶다’는 거다. 그는 올 시즌 내내 ‘남들이 봤을 땐 아닌데 나만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닌가’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그가 내린 결론은 “SK에서 안 된다면 다른 팀에서라도 포수로 뛰면서 후배를 키우고 싶다”는 것이다.
인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