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 2009년 이후 111개 부가서비스 폐지-축소
신용카드사들이 2009년 이후 내놓은 부가서비스 10개 중 4개는 1년 안에 폐지되거나 서비스 내용이 대폭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에는 서비스 유지 기간이 평균 5개월에 미치지 않는 것도 있었다. 또 일부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2개월이 지난 뒤에 서비스 대상 기준을 대폭 높였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이용자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도 대책 마련을 추진 중이다.
○ 부가서비스 11일 만에 축소되기도
이런 내용은 금융감독원이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국내 15개 신용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운영현황’을 통해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2009년 이후 총 111개에 이르는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이 가운데 36.9%(41개)는 출시한 지 1년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출시한 지 1년 초과∼2년 이하인 부가서비스는 36.1%(40개)나 됐다. 그나마 2년 이상 유지됐다가 폐지되거나 축소된 부가서비스는 27.0%(30개)에 불과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상 감독규정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천재지변이나 경영위기와 같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가서비스를 최소 1년 이상 유지해야만 한다.
▼ 혜택 줄이고 연회비 그대로… 갈데까지 간 카드사 몰염치 ▼
축소된 111개 부가서비스들의 유지기간만 보면 외환은행이 평균 5개월로 카드사들 가운데 가장 짧았다. 외환은행은 6개의 부가서비스 중 5개(83.3%)를 1년 이하로 유지했다. 특히 2010년 6월 30일 선보인 놀이공원, 외식, 영화 할인 부가서비스(뉴대한항공 마스터카드 외 99종)를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8월 1일부터 수혜 대상을 전달 사용금액 10만 원 이상에서 20만 원 이상으로 올렸다.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확 줄인 셈이다.
뒤를 이어 기업은행(8.7개월) 부산은행(12개월) 우리은행(14개월) 롯데카드(14개월) KB국민카드(15.7개월) 등의 순으로 부가서비스 유지기간이 짧았다.
이에 대해 금융 전문가들은 매년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두는 카드사들이 무리한 이윤 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카드업계는 올 상반기에만 약 1조4000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한국금융연구원 정찬우 부원장은 “부가서비스 축소는 대형 가맹점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수료 부담을 일반 고객들에게 전가한 결과”라며 “카드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카드사가 부가서비스 혜택을 1년도 안 돼 줄이는 경우 연회비 감면과 같은 조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금감원 제재 피하기 꼼수
한편 카드사들이 저신용, 저소득 서민층에 대한 고금리 논란이 일었던 카드 리볼빙 서비스 금리를 최근 잇달아 올리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리볼빙 서비스의 수수료 수입비율을 올 3분기(7∼9월)에 일제히 인상했다.
수입비율이란 카드사가 현금서비스로 얻은 수익을 연평균 금리로 환산한 것이다. 예컨대 수입비율 25%는 리볼빙 대출로 카드사가 100만 원을 빌려주고 25만 원의 이자를 챙겼다는 뜻이다.
이 기간 다른 카드사들의 대출성 및 결제성 리볼빙 수수료 수입비율도 신한카드가 1.75%포인트와 0.52%포인트, 롯데카드가 1.06%포인트와 0.69%포인트, 현대카드가 0.08%포인트와 0.01%포인트를 각각 올렸다.
리볼빙 이외에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금리까지 높인 곳도 있다. 국민카드와 현대카드는 3분기 현금서비스 수수료 수입비율을 21.85%와 21.7%로 2분기보다 각각 0.81%포인트와 0.6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국민카드는 카드론 수수료 수입비율을 18.87%로 2분기보다 1.39%포인트 높였다. 현대카드(1.07%포인트) 삼성카드(0.79%포인트) 하나SK카드(0.73%포인트) 등도 카드론 수수료를 줄줄이 인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이 제재에 나서면서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없애는 조치를 취했지만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핑계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채널A 영상] “카드 수수료율 폭탄” 대형가맹점 반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