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신문과 놀자!]불 났을 때 거품으로 끌 때도 있어요

입력 | 2012-11-22 03:00:00

과학으로 풀어보는 겨울철 화재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어요. 이제 진짜 겨울이 온 거죠. 날씨가 추워지니까 자주 듣는 뉴스가 있어요. 바로 화재사건이에요. 난방기구의 과열이나 건조한 날씨로 인해 화재가 많이 일어나죠.

동아일보 11월 1일자 A14면에 전라북도기념물 63호로 지정된 정읍 내장산 대웅전이 화재로 전소됐다는 기사가 실렸네요. 또 동아일보 11월 5일자 A2면에는 인천 부평구 물류창고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한 명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어요. 11월 9일은 소방의 날. 오늘은 화재의 원인과 불을 끄는 방법, 화재의 원인을 밝히는 과학수사 기법에 대해 알아보고 멋진 소방관 체험활동에 도전해 볼까요?

○ 불이 나는 조건

물질이 빛이나 열 또는 불꽃을 내면서 빠르게 산소와 결합하는 반응을 ‘연소(燃燒)’라고 합니다. 인류의 발전이 ‘불의 발견’에서 시작됐다고 전해지듯 연소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모든 걸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아주 위험한 반응이기도 하죠.

연소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타는 물질 △공기(산소) △발화점 이상의 온도, 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타는 물질이란 장작이나 가스처럼 연소가 될 물질을 말합니다. 발화점은 어떤 물질이 연소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입니다. 착화점 또는 자연발화온도라고도 하죠. 발화점이 높은 물질은 불이 잘 붙지 않습니다. 반대로 발화점이 낮은 물질은 쉽게 불이 붙습니다. 성냥의 머리 부분을 붉은 인으로 만든 이유는 발화점(260도)이 나무의 발화점(400∼470도)보다 낮아 먼저 불이 붙기 때문이죠. 발화점은 물질에 따라 다릅니다. 물질을 구별하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연소가 일어나려면 산소가 필요해요. 간단한 실험으로 알아볼까요? 위험하니까 꼭 어른과 함께 하세요(그림).

잠시 후면 컵이 뿌옇게 되는 걸 볼 수 있어요. 초가 타면서 생긴 수증기가 물이 되어 컵 안쪽에 맺힌 것입니다. 더 놔두면 촛불은 꺼지고 밑에 있던 물감 탄 물이 점점 올라와요. 컵 안에 있던 산소가 연소에 쓰여 없어지면서 빈 공간을 물이 채우죠.

○ 불을 끄는 방법

연소의 조건을 반대로 하면 ‘소화(消火)의 조건’, 즉 불을 끄는 방법이 됩니다. 예를 들어 가스 공급을 막든지 장작을 빼든지 해서 탈 만한 물질을 제거하면 됩니다. 또 이불을 덮거나 거품을 뿜어 산소를 차단하면 됩니다. 차가운 물을 뿌려 발화점 미만으로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쓰기도 하죠. 연소의 세 가지 조건이 하나라도 갖춰지지 않으면 연소가 일어날 수 없어 불이 꺼진다는 원리를 이용하는 겁니다.

하지만 불이 났다고 무조건 물을 뿌려서는 안돼요. 화재의 원인에 따라 불을 끄는 방법이 다릅니다. 휘발유에 불이 붙었을 때는 물을 뿌리면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거품으로 꺼야 합니다. 누전으로 인한 화재에서는 분말소화기나 이산화탄소소화기를 써야 합니다. 물을 뿌리면 감전될 수 있으니까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소형 소화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소화기나 분말소화기입니다. 불을 끄는 성질이 있는 이산화탄소를 높은 압력으로 압축 및 액화시켜 놓은 장비가 이산화탄소소화기예요.

분말소화기에는 밀가루 같은 미세한 분말인 제1인산암모늄이라는 소화 약제가 들어 있습니다. 화재가 난 곳에 뿌리면 공기(산소)를 차단하거나 냉각해 불을 쉽게 끄게 해 주죠.

○ 과학으로 찾는 화재의 원인

불이 다 꺼지면 화재감식반원이 원인을 정밀조사합니다. 화재로 손상된 건물이라도 단서는 어딘가에 남아 있기 마련이거든요. 화재 시 발생한 연기와 화염 색깔, 불이 타는 냄새, 현장에 남아있는 그을음의 모양, 타다 만 담배꽁초…. 모든 것이 단서가 됩니다.

제일 먼저 최초의 발화물질이 무엇인지 찾고, 불을 더 크게 만든 물질이 무엇인지 살핍니다. 화재가 시작된 지점의 공기를 테스트하고 질량분석기를 이용해 화재 촉진물질을 찾아냅니다.

우연히 시작된 화재에서는 보통 발화지점이 한 곳이에요. 만약 발화지점이 여러 곳이라면 방화(放火)를 의심할 수 있어요. 범행을 숨기기 위해 불을 지르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발견한 시신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화재현장의 시신은 무릎을 구부리고 주먹을 쥔 채 팔을 앞으로 들어 올린 권투선수 자세로 누워있는 경우가 많아요. 고온의 열로 짧은 시간 안에 근육이 수축하면서 딱딱해지니까요. 혈액 속에 일산화탄소가 들어있거나 기도와 폐에 검댕이 있다면 불길 속에서 숨을 쉬었다는, 즉 살아있었다는 증거가 됩니다.

또 산 사람의 신체가 상처 입으면 백혈구가 곧바로 상처부위로 이동하면서 염증과 물집이 나타납니다. 단백질 반응을 검사하면 양성으로 나타나요. 죽은 사람이 불에 타면 노란색을 띠고 물집이 거의 생기지 않아 단백질 반응검사가 음성으로 나타나죠. 불에 탄 시신 역시 화재 원인과 범인을 잡는 데 아주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 소방관이 되어 볼까요?

불이 나면 언제든지 달려가 불을 끄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는 소방관. 멋져 보이지만 정말 위험하고 힘든 일이에요.

소방관은 화재현장의 뜨거운 열을 견뎌 내고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특별한 보호복을 입어요. 또 몸을 보호하는 바지와 외투와 고무장화를 착용하고 얼굴을 보호하는 마스크와 헬멧을 착용해야 합니다. 유독한 연기를 들이마시지 않도록 산소통도 메고 가야 합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고마운 분들이죠.

소방관이 되고 싶다면 체험활동을 해 보세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잡월드(www.koreajobworld.or.kr)나 서울 강남구의 직업체험 놀이공원, 키자니아(www.kidzania.co.kr)에서 할 수 있어요. 또 부산시소방본부는 매주 토요일마다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토요 무지개 소방교실’을 운영합니다. 참가 신청은 주5일제 수업 관련 홈페이지인 ‘토요배움처’(5days.go.kr)나 행정안전부 자원봉사 포털인 ‘1365 포털’(www.1365.go.kr)에서 하면 됩니다.

고희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