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다른 사람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진정한 ‘관계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항우와의 싸움에 지친 유방이 진류 현이라는 고을에서 쉬어갈 때의 이야기다. 고향 사람인 역이기가 찾아왔지만 유방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비스듬히 드러누운 상태에서 하녀들에게 발을 씻기게 했다. 이를 본 역이기가 분을 참지 못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유방은 곧바로 자세를 고치고 일어나 앉았다. “조금 전에는 제가 선생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다시 예의를 갖추고 선생님을 뵈오니 저를 용서해주시고 진나라를 물리칠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팽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진군할 때 유방은 과거에 안면이 있던 숙손통(叔孫通)과 유학자들이 자신에게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방은 “그들은 꼴도 보기 싫다. 이곳에서 와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거든 당장 쫓아버려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참모의 진언에 마음을 바꾼 유방은 숙손통을 만난 후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을 뵌 지 수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잘 계셨습니까. 선생님 말씀에서 큰 교훈을 얻곤 했습니다. 오늘은 어떤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