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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인사이드/김지영]내게 독설을 해주세요

입력 | 2012-11-22 03:00:00


김지영 기자

‘위로’와 ‘힐링’에 지친 걸까. 요즘 서점가에는 20, 30대 청춘을 향한 직설과 독설이 대세다.

올 상반기 케이블TV tvN ‘스타특강쇼’에 출연해 “초라한 현실을 시대 탓, 사회 탓으로 돌리는 청춘에게 ‘문제는 너 자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20대들에게는 미친 노력이 없다”라는 등의 독설을 날린 유수연 유스타잉글리쉬 어학원 대표. 7월 펴낸 ‘유수연의 독설’에도 쓴소리, 센 소리가 가득하다. “위로를 구걸하고 다니지 마라. 똑같은 고민을 반복하며 자기 연민을 즐기지 마라.” “꿈을 꾸는 것이 아름답다고? 꿈 깨라! 무능력하고 초라한 내가 가질 수 있는 꿈은 허황될 뿐이다.” “졸업하고도 남들은 일할 나이에 준비가 덜됐다며 학원가를 전전한다. 마음에 드는 기업에 취업은 힘들고 중소기업에는 들어가기 싫고. 그러나 그 나이에 하는 공부는 민폐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농산물 야채 브랜드 ‘총각네 야채가게’를 키운 이영석 씨도 8월 출간한 책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에서 직설을 날린다. “‘총각네’에서 장사 배운 사람이 1000명이 넘는데 잘된 사람은 5%도 안 된다. 그만둘 때 ‘제가 못 나서 포기합니다’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몸과 마음이 나약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직장인이 남보다 열심히 노력하면 임원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임원이 되는 사람은 극소수다. 왜?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대 출신으로 각각 다국적 컨설팅회사와 광고대행사에 취직한 김도윤 씨와 제갈현열 씨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9월 펴낸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학벌이 없어서가 아니라 학벌 없는 놈처럼 살아서다”, “그래, 지방대다. 그런데 당신은 그곳에서 한 번이라도 1등해 봤는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면 그 무릎으로라도 뛰라”라고 말한다.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은 20, 30대 여성을 향한 맞춤형 독설가다. 지난달 출간된 책 ‘언니의 독설’에서 그는 젊은 여성들의 환상을 부수는 일갈을 날린다. “자신이 일군 착실한 커리어와 연봉은 인정하지 않고 더 높은 걸 바라는 거지. 그래서 30대 여자들이 드라마에 미쳐 날뛰는 거야. 자기 인생이 드라마처럼 될 줄 알고.” “일이 적성에 안 맞는다고 견문도 넓히고 영어공부도 한다며 외국으로 떠난다? 떠나면 안 돼. 떠나면 더 잃고 와. 모아둔 돈도 다 써 버리고 와.”

8월 나온 책 ‘청춘고민상담소’는 다양한 인사들의 독설 모음집이다. 문화기획자 류재현 상상공장 대표는 가고 싶은 기업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고 포기하지 말고 될 때까지 계속 문을 두드리는 절실함을 주문하고 장항준 영화감독은 걱정만 하지 행동하지 않는 게으름은 필요 없다고 청춘들을 질타한다. 올 초에는 경영컨설턴트 태정호 씨가 ‘청춘독설’이라는 책에서 “지금 당신이 억울한 처지에 있다고 할 때, 어떤 시스템이나 누군가가 그런 불공정성을 해소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품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은 독설이라기보다 청춘들을 향한 ‘독한 충고’라 할 만하다.

그 자신 30대인 ‘날개가 없다…’의 저자 김도윤 씨는 “지친 청춘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처음에는 힐링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일으켜 세워 걷고 뛰게 하기 위해 독설이 필요한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