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조사로 본 단일화 효과
○ 2002년 폭발적 반응 재현?
2002년 같은 단일화 위력이 재현된다면 야권 단일후보의 지지율이 단일화 직후 50%를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에도 단일화 직전 여론조사 지지율의 패턴은 10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리서치앤리서치(R&R)의 18∼20일 조사에 따르면 다자 대결에서 박근혜 후보(43.2%)는 안 후보(24.0%)와 문 후보(20.8%)를 앞서 있다. 10년 전 다자 대결에서 노 후보와 정 후보의 지지율 합이 이 후보 지지율과 엇비슷했던 추세와 같다. 양자 대결에선 10년 전처럼 박 후보는 두 후보와 박빙 우세나 접전 양상이다.
단일화 파괴력은 단일화 경쟁에서 패한 후보의 지지층이 단일 후보에게 얼마나 옮겨 가느냐에 달려 있다. 2002년 단일화 결정 8일 전인 11월 17일 조사에서 노 후보로 단일화됐을 때 정 후보의 지지자 중 43.2%만이 노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했고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응답자도 20.3%나 됐다. 그러나 실제 단일화 이후 정 후보 지지층뿐 아니라 부동층까지 고스란히 노 후보로 옮겨 탔다. 이번에도 여론조사상으로는 안 후보나 문 후보 중 누가 되든 30∼40%의 이탈표가 생긴다고 예측되지만 실제 결과를 점치기 힘든 이유다.
○ 학습효과로 효과 떨어져
2002년 같은 폭발적인 컨벤션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가장 큰 이유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2002년 단일화에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안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담판 단일화까지 경험하면서 단일화 자체만으로는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박 후보의 지지층이 10년 전 이 후보 지지층보다 견고하고 부동층이 얇다는 점도 차이다. 2002년 당시에는 이 후보의 다자 지지율이 35%에 묶여 있었고 부동층이 20% 안팎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금은 박 후보의 다자 대결 지지율이 40∼45%에 이르고 부동층은 10% 정도다. 부동층이 대거 이동해야 커지는 컨벤션 효과는 2002년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TV토론, 단일 후보 결정의 주요 변수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뚜렷한 정책 차이가 보이지 않은 채 접전을 벌이고 있어 21일 TV토론이 단일 후보 결정 여론조사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토론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유권자층은 45% 안팎인 두 후보의 기존 지지층 외에 10∼15% 수준인 부동층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TV토론 이후 문, 안 두 후보 지지층에서 상호 이동이 있을지, 부동층에서 문 후보 또는 안 후보로 지지 후보를 정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가 관심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횟수가 한 번에 불과하고 두 후보 모두 나름대로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변화의 편차는 1∼2%포인트 안팎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1∼2%포인트라 해도 두 후보 지지층 안에서 이동이 일어날 경우 이는 2∼4%포인트의 격차를 의미하므로 박빙의 승부에선 결정적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