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극우공약 공개
‘전후 체제 탈피’를 내걸고 2006년 총리에 올랐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가 ‘강한 일본,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 일본’을 만들겠다며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21일 나온 자민당의 12·16총선 공약은 아베 총재가 못 다 이룬 극우정책을 집대성한 내용이다. 현재 선거 판세라면 자민당의 공약은 그대로 차기 정권의 정책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 최악의 갈등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시아 주요국 지도자가 모두 바뀐 뒤 새 출발을 기대하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 ‘제국(帝國) 일본’으로 돌아가겠다는 정책 공약
교육 및 과거사 관련 공약에도 아베 색깔은 고스란히 묻어난다. 특히 교육위원회 책임자를 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상근 ‘교육장’으로 하겠다는 공약은 학교에서 사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아베 총재는 총재 경선 과정에서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반성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담화 등 식민지 지배와 관련된 3대 담화를 모두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영토 문제 해법은 강경론 일색이다. 특히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실효지배를 강화한다는 공약은 국지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정하고 무제한 금융 완화를 실시한다는 경제 공약은 엔화 약세를 유발해 수출시장에서 경쟁 중인 한국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 아베 공약, 동북아 갈등 기폭제 되나
이런 분위기에서 아베 총재가 재집권하면 우경화 공약이 실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민당 2중대’로 불리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를 비롯해 제3세력의 중심인 일본유신회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대표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 등 주요 정치세력이 모두 기본적으로 개헌론자이기 때문이다. 이시하라 대표는 아예 평화헌법 파기를 주장하고 있다.
총선 이후 등장할 ‘아베 정권’이 헌법 개정에 실패하더라도 공약 추진 과정에서 주변국과의 갈등이 증폭되는 사태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아베 총재는 공약집에서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 한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자국 중심의 일방통행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호헌단체 사무국 차장인 다카다 겐(高田健) 씨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변국과의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일본은 점점 위험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