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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21명 입양한 ‘천사 아버지’ 조사해보니…

입력 | 2012-11-22 10:29:00


국가인권위원회는 22일 장애인을 입양해 수당과 후원금을 횡령하고 이들이 탈출하면 폭행한 혐의로 강원도 지역의 한 시설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시설장 A씨는 자신의 호적에 올린 장애인 4명의 장애수당과 수급비 170여만 원을 매달 받아 생활비로 사용하고 피해자들과 함께 설교를 하러 다니며 후원금품을 받았다.

그는 깊은 산 속에 움막을 세우고 움막으로 향하는 길목에 철문을 세워 자물쇠로 잠갔다. 주거지를 이탈한 적이 있는 피해자 1명의 양팔과 손등에는 이름과 연락처를 문신으로 새기기도 했다.

피해자들을 머리를 비롯해 얼굴, 팔, 다리 등에서 많은 상처가 발견됐고 모두 A씨에게 폭행당한 적이 있다고 인권위에 진술했다.

A씨는 1978년 친자녀로 중증장애인 6명을 호적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총 21명을 입양했다. 그는 방송 등을 통해 '천사 아버지'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의 호적에 이름을 올린 21명 중 2명은 10여 년 전 사망했는데도 병원 안치실에 방치돼 학대 의혹이 있고, 다른 15명은 다른 시설로 보내졌으나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3명은 출생신고가 중복된 동일인물로 밝혀져 입적인원수를 부풀린 의혹도 있다.

인권위는 한 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인지한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직권조사를 의뢰함에 따라 조사에 착수했다.

장애인들이 실종이나 행방불명된 점, 피해자들을 주거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노동을 강요한 점으로 미뤄 A씨가 이들을 감금과 폭행은 물론 유기까지 한 것으로 인권위는 판단했다.

그러나 A씨는 인권위에 "양팔에 문신을 새긴 것은 밖에 나가서 잃어버리지 않게 하려고 한 것으로 장애인들에게는 필요한 조치"라면서 진술을 거부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인권위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친생자관계 단절을 위한 법률구조를 요청하고, 관할 지자체에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