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키나와 다케토미의 ‘호시노야 오키나와’ 리조트를 가다
산호가 가루진 하얀 땅바닥을 유려하게 수놓는 새하얀 산호돌담, 그리고 그 담에 둘러싸인 주황색 기와지붕의 류큐 전통가옥을 객사로 쓰는 호시노야 오키나와는 이렇듯 다케토미 섬의 전통 마을을 올곧게 재현한 신개념 료칸 리조트다. 다케토미(오키나와 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이시가키는 오키나와 본섬 남쪽(410km)의 중심 섬. 일본 최남단과 최서단 섬 등 야에야마 제도(18개 섬)의 페리 출발항이자 오키나와 섬 관광의 메카다. 다케토미는 그 바로 옆 섬(페리로 10분). 다케토미에 남아 있는 류큐의 전통마을과 ‘푸른 남쪽바다 섬의 전통마을’이란 개념의 료칸 리조트 ‘호시노야 오키나와’로 안내한다.》
페리 선착장은 붐볐다. 이시가키에서 오가는 관광객 덕분이다. 하지만 섬 안은 적막하리만큼 조용하다. 섬(5.42km²)은 우도(6km²·제주)보다도 작고(둘레 9.2km) 산도 없다. 가장 높다는 게 24m. 피자의 도(dough·동글납작한 바닥 빵)처럼 평평하다. 그런데 오키나와가 어떤 곳인가. 태풍이란 태풍은 반드시 거치는 길목이다. 그러니 바람막이 언덕 하나 없는 섬에서 그런 강풍을 견디기란 쉽지 않을 터. 그럼에도 마을이 있다니. 놀랍기만 했다.
바람의 섬, 다케토미
야에야마제도 다케토미 섬의 류큐 전통마을을 둘러보는 데 이용하는 관광용 물소달구지. 하얀 땅바닥과 검게 변한 돌담 모두 산호다.
여긴 오키나와의 전통마을로 이젠 딱 두 곳밖에 남지 않았다. 이 섬 마을이 ‘국가중요 전통건축물 보존지구’로 지정된 것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관광객은 주민이 모는 물소달구지(유료)를 타고 마을을 여행한다. 그 물소가 신통하다. 서라, 가라 등 주인 말을 알아듣는다. 주인은 두런두런 옛이야기를 들려주며 30분간 마을을 한 바퀴 돈다.
일본에 3개밖에 없는 명품 료칸 ‘호시노야’
호시노야 오키나와는 마을과 동떨어진 해안 부근에 자리 잡았다. 주변은 숲과 사탕수수 밭. 거기엔 리조트를 건축할 때 조성한 전망대가 있다. 흙을 쌓아 만든 둔덕인데 산 없는 섬의 조산(造山)이다. 거기 오르니 리조트가 한눈에 조망된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낮에 본 마을과 똑같은 모습이어서다. 다른 점이라면 돌담이 하얀 것과 골목을 소달구지 대신 카트가 오간다는 것뿐. 이 돌담도 시간이 지나면 더께 앉은 세월의 때로 검게 변할 것이다.
호시노야 오키나와는 애초부터 다케토미 섬의 ‘네 번째 마을’로 설계됐다. 그래서 골목길, 담장, 주택 배치는 물론이고 외관과 실내가 지붕, 안마당과 더불어 이 마을 보존을 위해 마련한 특정건축규정에 따라 조성되고 지어졌다. 이렇게 마을 하나를 세우는 데 걸린 시간은 7년. 호시노 요시하루 사장은 “오키나와 문화의 심장부에서 외딴섬의 마을 주민이 되는 체험을 주기 위한 시도”라면서 “이게 ‘호시노야’가 추구해온 ‘또 하나의 일본’이라는 가치”라고 밝혔다.
호시노야(일본 전국에 세 개)는 료칸이라도 통상의 ‘1박 2식’(아침 저녁식사 포함 숙박제도)을 지양한다. 그래서 별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거기선 현지의 제철 재료에 류큐식을 가미한 프랑스풍 ‘류큐 누벨(Ryukyu Nouvelle)’ 요리를 낸다. 화려한 그릇과 장식의 아홉 코스 디너는 도쿄의 긴자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수준이다. 오키나와 전통소주 아와모리도 지역 양조장과 공동 개발한 것으로 제공한다. 북카페에선 전통악기 ‘산시’(세줄 현악기) 연주도 들려주는데 다과는 항시 무료다. 야외 풀은 호수 모양의 타원형(50m)이며 아침마다 해변에선 요가클래스도 열린다. 겨울 오키나와 여행길에 꼭 한번 들를 만한 신개념 료칸 리조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