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통상 전문가들은 론스타의 이번 ISD 제소를 한미 FTA 등과 결부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름만 같을 뿐 실제로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3, 4년간 치열한 논리공방전이 예상된다. 22일은 한미 FTA가 국회에서 비준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 론스타 세금 안 내려고 ‘꼼수’
론스타는 2003년 한국에 설립한 론스타코리아를 통해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가 2008년 벨기에에 세운 자회사인 ‘LSF-KEB홀딩스’로 운영주체를 바꾼 뒤 올해 1월 하나금융그룹에 외환은행을 매각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3월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인수대금의 10%인 3915억 원을 양도소득세로 납부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그룹이 양도세를 낸 만큼 매각금액이 줄었다고 판단한 론스타는 “LSF-KEB홀딩스는 벨기에 기업이므로 한국에 세금을 낼 의무가 없다”며 환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거부하자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낸 데 이어 ISD 카드까지 꺼내 든 것. 론스타는 또 외환은행 매각 지연에 따른 손해(약 2조4000억 원)도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론스타가 BIT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LSF-KEB홀딩스가 페이퍼컴퍼니이지만 한-벨기에 BIT에 ‘페이퍼컴퍼니를 ISD의 예외로 둔다’는 조항은 없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정부가 ‘페이퍼컴퍼니 보호 배제 조항’을 넣지 않은 것은 실책”이라며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승소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갑유 변호사는 “론스타의 소송과 ISD 제기는 이미 다 예상했던 것”이라며 “우리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론스타와 한미 FTA는 별개 사안”
론스타가 한-벨기에 BIT를 근거로 ISD를 제기한 것처럼 한미 FTA를 개정한다고 한국이 ISD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국이 이미 체결한 81개 BIT와 6개 FTA를 모두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꾸로 가는 것이며 해외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보호를 위해서도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론스타 사례는 ISD 조항 자체보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재가 더 큰 원인이었다”며 “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위해서 ISD 조항은 꼭 필요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해외에 신뢰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