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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승건]이순신 vs 유관순 vs 박정희

입력 | 2012-11-23 03:00:00


이승건 스포츠레저부 기자

위 제목에 적은 인물들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존경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굳이 하나 더 엮자면 충무공과 유관순 열사는 일본에 맞서 싸웠다는 점에서 관련이 있어 보이긴 한다. 그래도 세 인물을 관통하는 뭔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 프로배구 팬이라면 다를 것이다. 단박에 공통점을 알아차렸을 법하다. 바로 이들의 이름을 딴 배구 경기장이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는 박정희체육관이 있다. 남자부 LIG손해보험이 안방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박정희는 세 명 중 가장 후대(後代)지만 그 이름을 앞에 붙인 체육관은 제일 먼저 완공됐다. 이곳은 2001년 2월 구미체육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해 이듬해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다.

유관순의 고향인 충남 천안에는 유관순체육관이 있다. 2001년 10월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문을 열었다. 현재 남자부 현대캐피탈이 안방으로 쓰고 있다. 이 팀은 3월 1일에 안방 경기가 배정되면 태극기 수천 개를 관객들에게 나눠 주며 삼일절을 기념한다.

충남 아산에 터를 잡은 이순신체육관은 올해 7월 개관했다. 남자부 러시앤캐시의 안방이다. 이순신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8세 때 어머니의 고향인 아산으로 내려가 무과에 급제하기 전까지 살았다. 충무공의 영정을 모신 현충사도 아산에 있다. ‘이순신’ 이름이 들어간 체육관은 최근 생겼지만 충무공은 일찌감치 체육관 이름으로 사용됐다. 1970년 12월 완공돼 현재 남자부 삼성화재가 안방으로 쓰고 있는 대전 충무체육관이 그곳이다. 이곳까지 포함하면 역사적인 인물을 체육관 이름으로 쓰는 프로배구 경기장이 네 곳이나 되는 셈이다.

연고 팀의 성적만 보면 충무체육관이 독보적이다. 삼성화재는 2005년 프로배구 원년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까지 6차례나 챔피언을 차지했다. 그 다음은 유관순체육관이다. 현대캐피탈은 2005∼2006시즌, 2006∼2007시즌 잇달아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유관순체육관을 찾은 팬들을 즐겁게 했다. 반면 새로 생긴 이순신체육관에서는 아직까지 홈팀의 승전보가 전해지지 못했다. 22일 현재 러시앤캐시는 5전 전패로 최하위에 처져 있다. 충무체육관을 안방으로 사용하는 삼성화재가 5전 전승으로 1라운드를 마친 것과 비교가 된다.

프로배구 정규시즌은 6라운드에 걸친 대장정이라 현재로서는 최종 순위를 예단하기 어렵다. 늘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LIG손해보험은 1라운드를 3승 2패로 마치긴 했지만 올 시즌만큼은 우승 후보로 꼽힌다. 박정희체육관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 축포를 쏴 올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유관순체육관의 현대캐피탈도 마찬가지다.

겨울은 실내스포츠의 계절이다. 밖이 아무리 추워도 코트는 후끈하기만 하다. 최근 각 구단은 마케팅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추운 겨울 배구장으로 소풍 가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캠핑 의자, 벤치, 텐트 등 다양한 형태의 좌석으로 구성된 ‘피크닉 존’을 만들었다. 유관순체육관과 박정희체육관에도 쾌적하게 경기를 볼 수 있는 테이블 자리가 마련돼 있다. 프리미엄 좌석이 아니더라도 배구를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다. 손에 땀을 쥐어가며 경기를 관전하다 보면 2시간 정도는 금세 지나가기 마련이다.

‘충무(공)’의 수성이냐 ‘유관순’ 또는 ‘박정희’의 역습이냐. ‘이순신’은 남은 경기에서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가까운 배구 경기장을 찾는 건 어떨까.

이승건 스포츠레저부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