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만 보면 男보다 더 독종이 된다
광운대 아이스하키 선수인 안근영(왼쪽)-성근 남매가 22일 광운대 빙상장에서 스틱을 잡은 채 포즈를 취했다. 누나 안근영은 2013년 체육특기자 수시모집에서 여자로는 최초로 대학 아이스하키선수로 선발됐다. 안근영은 광운대에 1년 먼저 입학한 동생과 함께 국내 첫 ‘아이스하키 남매’로 빙판을 누빌 예정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그렇게 기다리길 3년. 마침내 기회가 왔다. 이달 초 광운대의 2013학년도 체육특기자 수시 모집에 합격했다. 광운대 아이스하키부는 10명을 뽑았는데 안근영(21)은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상 첫 여성 특기자 선수가 탄생한 것이다.
○ 남자들과 부딪치며 배운다
훈련이 끝난 뒤 만난 안근영의 입술 주변은 여기저기가 부르터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근영은 광운대 훈련이 끝나면 곧바로 태릉 빙상장으로 이동해 여자대표팀 훈련에 합류한다. 웨이트트레이닝 등 지상(地上) 훈련을 제외하고 하루 5시간 이상 얼음 위에 머문다. 최진철 광운대 감독은 “안근영은 남자 선수들도 힘들어하는 체력훈련도 포기한 적이 없다. 여린 얼굴이지만 독종 중의 독종”이라고 했다.
아이스하키의 매력 중 하나는 몸과 몸이 부딪치는 보디체킹이다. 하지만 여자 아이스하키는 규정상 보디체킹이 금지돼 있다. 안근영은 “동료 선수들이 조심하는 편이지만 가끔 펜스 주변에서 퍽을 다툴 때 보디체킹이 들어올 때가 있다. 그들과 부딪칠 때면 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난다. 이튿날까지 온몸이 욱신거릴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남자들의 스피드를 따라가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뛰면서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 오누이의 동반 출격 임박
남동생인 안성근(19)은 올해 광운대에 입학해 수비수로 뛰고 있다. 공격수인 안근영이 내년부터 경기에 뛰게 되면 한국 아이스하키 사상 최초로 오누이가 같은 경기에 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첫 무대는 내년 4월 예정인 전국대학아이스하키선수권이 유력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