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측 ‘적합도+양자대결’ 제안에 安측 ‘지지도+양자대결’ 역제안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2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서 열린 시각장애인들의 ‘마음으로 보는 세상’ 사진전을 관람한 뒤 걸어 나오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왼쪽 사진).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안 후보가 이날 새벽 TV 토론을 마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安 캠프의 ‘마지막 제안’
안 캠프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이날 오후 11시 15분 “마지막 제안”이라며 △지지도와 가상대결을 50%씩 반영하고 △지지도 조사 때 역선택 방지를 위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층은 제외하며 △서로 합의한 여론조사회사 1곳을 통해 이른 시일 안에 조사를 하자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 캠프는 오후 7시 55분 안 후보 측에 가상대결 방식 50%와 적합도 50%를 반영하자는 타협안을 던졌다. 문 캠프의 우상호 공보단장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수용하기로 했다”며 “안 후보 측에서도 진지한 검토를 통해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박 본부장은 “협상 과정에서 문 후보 측이 언급했다가 계산이 복잡하고 등가성이 없다고 스스로 거둬들인 바 있는데 이것을 마치 선심 쓰듯 공개 제안한 태도와 저의를 알 수 없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또 그는 “문 후보 측은 협상 과정에서 적합도를 꺼냈다가 지지도로 수정해 놓고 이번에는 다시 적합도 50%, 가상대결 50%로 제안했다. 뭘 하자는 말이냐”고 비난했다.
○ 文-安 회동은 성과 없이 끝나
하지만 두 사람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안 후보는 이날 담판에서 새누리당 박 후보와 가상대결 결과에 따른 경쟁력을 비교하는 여론조사 방식을 고수했고, 문 후보는 두 후보 간 지지도 비교 방식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는 회동을 끝내고 측근들에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굉장히 답답하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안 후보는 담판이 결렬된 뒤 모든 공개 일정을 취소하고 모처에서 공동선대본부장들과 장고에 들어갔다.
문 캠프 핵심 관계자는 “회동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가상대결을 받거나 아니면 양보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후 “확인해봤더니 아니더라”고 정정했다.
양 캠프에서는 ‘이러다 단일화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문 캠프 관계자는 “문 후보는 회동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유연한 태도를 취했는데 안 후보가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막다른 골목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 캠프는 가상대결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문 캠프 관계자는 “가상대결을 제외한 모든 다른 방식에서 문 후보가 우위에 있다”며 “다만 가상대결 방식으로 할 경우에는 문 후보가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 협상 내용에 대해 두 후보 사이에 오해가 있고 심각한 상황이다. 문 후보가 ‘안 후보가 양보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면 감정이 상하고 판이 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협상이 상대가 있는 만큼 어느 한쪽이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이긴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 단일화 물거품 전망도 나와
문 후보는 후보 간 담판 결렬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룰 협상은 한 걸음씩 양보해서 절충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절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성격이 다르니 제3의 방안이란 것도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후보 등록 후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무효표가 생겨 많은 손해를 보고 들어가고 무엇보다 국민께 감동을 드리지 못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문 후보의 인터뷰 내용이 전해진 후 양 캠프에서는 ‘두 후보가 모두 후보로 등록하고, 3자 대결로 가는 것 같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협상팀은 문항을 제외한 대부분의 쟁점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23일이라도 문항에 합의할 경우 등록 전 단일화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단일화 조사를 맡을 여론조사회사로 1곳을 확정했으며 조사 대상은 2000∼3000명 선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캠프 핵심 관계자는 “내일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등록일 전 단일화는 불가능하다”며 “기도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윤완준·장원재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