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의 국무장관 마무리도 화려하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8일 만에 종식시켜 전 세계에 ‘평화 중재자’의 이미지를 각인했다. 힐러리는 캄보디아를 방문 중이던 오바마가 20일 “이스라엘로 가서 협상을 이끌어 달라”고 요청하자 두말없이 전용기를 타고 텔아비브로 날아갔다. 먼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휴전조건의 얼개를 만든 힐러리는 다음 날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을 끈질기게 설득해 협상을 매듭지었다.
▷힐러리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미국의 국익과 국제 현안 해결을 위해 뛰었는지는 숫자로도 입증된다. 그는 국무장관으로 재임하며 112개국을 방문했다. 재임기간의 4분의 1이 넘는 384일을 해외에서 보냈으며 비행거리는 무려 91만8375마일(약 147만 km)에 이른다. 역대 미 국무장관 가운데 단연 최고기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록과 비교해봐도 힐러리가 얼마나 바쁘게 지구촌을 누볐는지 알 수 있다. 이 대통령도 5년간 84개국을 방문하고 지구 19바퀴에 해당하는 75만8478km를 비행해 국내 최고기록을 세웠지만 힐러리에게는 한참 못 미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