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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환호도 잠시… 역풍 걱정 모드로

입력 | 2012-11-24 03:00:00

文 “安후보에게 정중한 예우 갖추겠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선대위원장단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저녁 안철수 후보의 전격적인 후보직 사퇴 회견 직후 문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안 후보님과 안 후보님을 지지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합니다”라고 적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 후보님과 안 후보님을 지지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전격 사퇴로 야권 단일후보가 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23일 오후 8시 48분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이 한 줄에는 그동안 단일화 방식과 여론조사 세부 방법을 놓고 안 후보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고뇌했던 문 후보의 심정이 그대로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집에서 TV를 통해 기자회견을 직접 본 뒤 이 글을 썼다.

이날 안 후보가 갑작스럽게 사퇴를 선언한 직후 문 후보 캠프는 놀라움과 흥분으로 가득했다. 특히 안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단일후보는 문재인”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에서는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역풍을 걱정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안 후보의 결단이 돋보이면서 문 후보는 상대적으로 ‘협상력 부족’ ‘양보하지 않는 구태정치 이미지’ 등을 덮어쓰게 됐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문 후보 캠프 홈페이지에는 ‘압박해서 사퇴를 얻어내니 좋은가’, ‘차라리 박근혜 후보를 찍겠다’는 안 후보 지지자들의 글이 폭주하기도 했다.

이후 민주당은 재빠르게 ‘겸손 모드’로 돌아섰다. 총무국은 문자메시지로 캠프 관계자들에게 ‘개인적 의견 표명을 자제하라’는 공지를 보냈다. ‘승부에서 이겼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트위터에 “안 후보의 결단을 존중하며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면서 “민주당원 특히 의원님들은 더욱 겸손한 자세로 자중자애하자”는 글을 띄웠다. 홈페이지에도 ‘미안하다’는 문 후보의 트위터 문구를 첫 화면에 넣었다.

안 후보가 사퇴문에서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루어지겠지만”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민주당을 구정치세력으로 보는 것 같아 ‘찜찜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문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의 결심이 우리에게 주는 숙제가 있다. 새 정치를 기대하는 국민들이 받을 충격과 슬픔을 충분히 헤아려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금은 승부에서 이겼다는 교만한 자세를 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안 후보 사퇴 후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는 “앞으로 안 후보 지지층을 통합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우려와 함께 지지층 통합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도 안 후보의 사퇴 기자회견 후 2시간 40분이 지난 오후 11시경 우상호 공보단장을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정치혁신과 새 정치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또 “그동안 안 후보와 협의한 새정치공동선언과 경제복지정책 및 통일외교안보정책을 실현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 안 후보께는 정중한 예우를 갖추겠다”고 밝히며 안 후보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후보는 조만간 안 후보를 찾아 감사를 표하고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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