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리째 흔들리는 대선판도… ‘安사퇴 태풍’ 어디로
떠나는 安… 울먹이는 安캠프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왼쪽)가 23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연 뒤 침통해하는 윤영관 서울대 교수와 포옹하고 있다. 윤 교수 오른쪽은 안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인 송호창 의원과 조광희 비서실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안철수 지지층 문재인 얼마나 지지?
리서치앤리서치(R&R)가 18∼20일 실시한 3자 대결 조사에서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219명을 대상으로 ‘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면 대선에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반드시 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 35.8% △되도록 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 29.6%로 ‘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65.4%였다. 반면 △박 후보에게 투표하겠다 15.1% △투표하지 않겠다 9.6% △제3후보에게 투표하겠다 5.2% 등 34.6%는 문 후보를 찍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방식이야 어찌됐든 야권 단일 후보가 정해진 만큼 안 후보 지지층 중 상당수는 문 후보를 지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이들이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R&R의 20∼22일 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5.9%인 반면 ‘새누리당이 아닌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2.3%였다.
또 최근 문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안 후보의 사퇴가 문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는 또 다른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배종찬 R&R 본부장은 “대선 판도가 박 후보 대 문 후보로 짜인 만큼 양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백중세가 될 것”이라며 “문 후보가 당장 ‘안철수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도 “두 후보의 단일화가 더 큰 갈등이나 충돌 없이 마무리된 만큼 문 후보의 지지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양 캠프 사람들끼리는 감정이 남아 있겠지만 지지층의 결집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안 후보의 ‘이후 행보’가 관건
안 후보 지지층이 문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인정하고 전폭적 지지를 보낼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20% 안팎의 안 후보 지지층은 당장 ‘멘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안 후보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후보직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안 후보 지지층 가운데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권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많아 안 후보의 사퇴 책임을 문 후보에게 돌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극적 양보를 통해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성사시켰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안 후보가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문 후보가 얻게 될 단일화 효과가 10년 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안 후보의 사퇴는 단일화가 성사된 것이 아니라 결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당장 비상이 걸린 쪽은 여권이 아니라 문 후보 진영이다. ‘문재인 리더십’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문 후보가 오히려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정치학)도 “두 후보가 합의를 해서 양보한 것이 아니라 안 후보가 불쑥 후보 사퇴를 선언한 만큼 안 후보 지지자들이 (안 후보의 결정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후보 사퇴 이후 안 후보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안 후보 지지층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실질적으로 돕는 모습을 보인다면 단일화 효과가 배가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안 후보 진영과 문 후보 진영이 서로에 대한 앙금을 씻어내지 못한다면 안 후보 지지층의 분열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 이념대결 속 중도 쟁탈전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결 가속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안 후보 지지기반이었던 중도층이나 무당파를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국민대통합을, 문 후보는 일자리 창출을 제1공약으로 내세워 중도층 확보 경쟁을 벌여 왔다. 안 후보 지지층 중 상당수는 정치 쇄신에 대한 욕구가 큰 만큼 ‘쇄신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장원재·손영일 기자 egija@donga.com
▲ 동영상 = 안철수 후보 사퇴, ‘수차례 울먹..’ 기자회견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