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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박정희 vs 노무현’ 대결… 安지지층이 승부 가른다

입력 | 2012-11-24 03:00:00

송두리째 흔들리는 대선판도… ‘安사퇴 태풍’ 어디로




떠나는 安… 울먹이는 安캠프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왼쪽)가 23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연 뒤 침통해하는 윤영관 서울대 교수와 포옹하고 있다. 윤 교수 오른쪽은 안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인 송호창 의원과 조광희 비서실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대선을 25일 앞두고 대선 지형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쳐온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갑작스러운 사퇴 소식에 야권 지지층이나 유보층이 일정 기간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대선 지형이 박 후보 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양자구도로 정리됨에 따라 본격적인 세 대결이 시작됐다.

○ 안철수 지지층 문재인 얼마나 지지?

리서치앤리서치(R&R)가 18∼20일 실시한 3자 대결 조사에서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219명을 대상으로 ‘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면 대선에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반드시 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 35.8% △되도록 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 29.6%로 ‘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65.4%였다. 반면 △박 후보에게 투표하겠다 15.1% △투표하지 않겠다 9.6% △제3후보에게 투표하겠다 5.2% 등 34.6%는 문 후보를 찍지 않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후보직 사퇴 이후 안 후보 지지층의 60∼70%는 문 후보에게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문제는 ‘비문(비문재인)’ 성향의 안 후보 지지층 30∼40%를 문 후보가 얼마나 끌어들일 것이냐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방식이야 어찌됐든 야권 단일 후보가 정해진 만큼 안 후보 지지층 중 상당수는 문 후보를 지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이들이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R&R의 20∼22일 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5.9%인 반면 ‘새누리당이 아닌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2.3%였다.

또 최근 문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안 후보의 사퇴가 문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는 또 다른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배종찬 R&R 본부장은 “대선 판도가 박 후보 대 문 후보로 짜인 만큼 양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백중세가 될 것”이라며 “문 후보가 당장 ‘안철수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도 “두 후보의 단일화가 더 큰 갈등이나 충돌 없이 마무리된 만큼 문 후보의 지지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양 캠프 사람들끼리는 감정이 남아 있겠지만 지지층의 결집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안 후보의 ‘이후 행보’가 관건

안 후보 지지층이 문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인정하고 전폭적 지지를 보낼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20% 안팎의 안 후보 지지층은 당장 ‘멘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안 후보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후보직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안 후보 지지층 가운데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권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많아 안 후보의 사퇴 책임을 문 후보에게 돌릴 가능성도 있다.

안 후보의 후보직 사퇴로 문 후보의 리더십에 상처가 났다는 주장도 있다. 문 후보는 공개적으로 “단일화 방식을 안 후보 측이 결정하도록 맡기겠다”며 ‘통 큰 양보’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룰 싸움에 들어가서는 전혀 달랐다. 두 후보 간 TV토론회에서도 문 후보는 안 후보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안 후보 지지층 사이에서 문 후보에 대한 반감이 커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극적 양보를 통해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성사시켰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안 후보가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문 후보가 얻게 될 단일화 효과가 10년 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안 후보의 사퇴는 단일화가 성사된 것이 아니라 결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당장 비상이 걸린 쪽은 여권이 아니라 문 후보 진영이다. ‘문재인 리더십’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문 후보가 오히려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정치학)도 “두 후보가 합의를 해서 양보한 것이 아니라 안 후보가 불쑥 후보 사퇴를 선언한 만큼 안 후보 지지자들이 (안 후보의 결정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후보 사퇴 이후 안 후보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안 후보 지지층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실질적으로 돕는 모습을 보인다면 단일화 효과가 배가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안 후보 진영과 문 후보 진영이 서로에 대한 앙금을 씻어내지 못한다면 안 후보 지지층의 분열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 이념대결 속 중도 쟁탈전

안 후보의 전면 퇴장으로 이번 대선은 불가피하게 ‘박정희의 딸’ 대 ‘노무현의 비서실장’이란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이 때문에 산업화 세력 대 민주화 세력, 보수 대 진보의 이념 대결 양상이 더욱 강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다시 한번 문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시절 인권 문제를,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정 발언 의혹 등을 전면에 내세워 과거사 대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결 가속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안 후보 지지기반이었던 중도층이나 무당파를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국민대통합을, 문 후보는 일자리 창출을 제1공약으로 내세워 중도층 확보 경쟁을 벌여 왔다. 안 후보 지지층 중 상당수는 정치 쇄신에 대한 욕구가 큰 만큼 ‘쇄신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장원재·손영일 기자 egija@donga.com

▲ 동영상 = 안철수 후보 사퇴, ‘수차례 울먹..’ 기자회견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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