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 지키려 눈속임해 왕에게 계집종 대신 바쳐”… 설화 속 인물 행적에 비판도
옛 얘기 가운데 도미 부부만큼 애틋한 사랑이 또 있을까. 도미 부부는 삼강행실도, 소설 ‘아랑의 정조’, 뮤지컬 등으로 숱하게 각색된 설화 속 주인공. ‘도미부인상’은 서울 광진구 천호동 광진교 하단 올림픽대로변에 설치돼 있다. 전체 높이 4m, 인물 높이 2.4m의 전신 동상이다. 강동구는 “도미부인은 우리 역사상 정절의 표상이 되는 인물”이라며 “백제시대 실질적 문화의 중심지였던 강동구에 동상을 건립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정을 지켜나갔던 도미부인의 모습을 재조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강동구가 원조를 주장하지만 사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도미부인을 놓고 연고권을 다투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설화 속 지명이 여럿 남아 있는 충남 보령시. 1994년 도미부인 사당인 ‘정절사(貞節祠)’를 세우고 해마다 제사를 지낸다. 경기 하남시에도 설화 속 도미부인이 배를 타고 떠났다는 ‘도미나루터’가 있다. 이에 대해 강동구 측은 “한성백제 수도인 풍납토성 인근 천호동 광나루터가 도미의 아내가 건넌 나루터”라고 주장했다. 행적을 두고 논란도 많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계집종을 대신 왕에게 넘긴 매정한 주인’이 본받을 만한 인물이냐는 비판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왕의 눈을 피해 고향을 등지는 처량한 신세. 1800년 전 그날도 이렇게 외로웠으리라. 도미부인은 오늘도 하염없이 한강수를 바라보고 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