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카페→커피전문점→패션브랜드매장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홍익대 정문으로 올라가는 메인 도로변 스타벅스 홍대점도 27일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 2002년 들어선 이 매장은 홍대 상권의 상징이었다. 이 자리에는 제조유통일괄형(SPA) 의류 브랜드인 H&M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스타벅스가 사용 중인 1층뿐 아니라 건물 4층을 모두 사용하는 대형 매장이다.
이처럼 사라져가는 홍대 거리의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은 개성 넘치는 이곳의 작은 카페들을 밀어냈던 ‘과거’가 있다. 그러나 이들도 최근 다른 업종에 밀려나 자리를 내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홍대 거리의 변모는 몇 년 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전철(前轍)을 밟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 카페와 음식점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뒤 대형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들어왔다가 임대료가 급격히 치솟으면서 패션 브랜드 매장으로 대체되는 과정이 똑같다는 얘기다. 가로수길 이면도로는 이곳에서 밀려난 카페, 음식점들이 다시 자리를 잡으면서 ‘세로수길’이라고 불린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의 김성순 이사는 “커피전문점은 아무리 장사가 잘돼도 월 1억 원의 매출을 내기 어려운데 SPA 매장은 10억 원도 가능하다. 게다가 SPA 매장은 건물을 통째로 쓰기 때문에 한두 개 층만 쓰는 커피전문점보다 건물주가 선호한다”고 말했다.
현재 홍대 거리에는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2009년 홍대 정문 근처에 문을 연 뒤 지난해 등장한 자라, 올해 2월 대형 매장을 낸 갭, 10월에 개점한 국내 SPA 브랜드 탑텐 등이 자리 잡았다. 이어 내년 초 H&M이 들어오고 국내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도 홍대 매장을 물색하고 있다. 주요 SPA 브랜드가 거의 다 집결하는 셈이다.
상수동 카페골목의 한 카페 사장은 “홍대 앞에서는 이제 홍대문화를 찾아볼 수 없다. 강남이나 명동과 똑같은 분위기로 바뀌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