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영장 혐의적용 논란
여성 피의자와 검사실 등에서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동부지검 전모 검사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은 후 24일 밤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뒷좌석 가운데 코트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전 검사. 뉴스1 제공
○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적용 못해
감찰본부는 당초 전 검사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를 적용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혐의는 통상 고용주가 종업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성관계를 맺을 때 적용되지만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 종사자가 피의자를 압박하는 경우에도 함께 쓰인다. 그러나 이 혐의는 B 씨가 전 검사를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親告罪). 두 사람이 이미 합의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B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정철승 변호사도 “B 씨가 이미 전 검사와 합의했기 때문에 전 검사를 고소할 마음이 없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 궁여지책으로 뇌물죄 적용
감찰본부는 결국 전 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 검사가 직무와 연관해 B 씨로부터 성적 향응을 제공받았고 두 사람 간의 성관계도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 판례는 뇌물에 대해 ‘금전, 물품 등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 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을 광범위하게 해석하면 성관계 또한 무형의 이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공무원이 성매수를 하고 청탁한 사람이 ‘화대’를 대납한 경우에는 뇌물수수로 처벌된다. 하지만 청탁자가 직접 성을 대가로 지불한 데 대한 명확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독일에는 이 같은 경우도 뇌물로 판단한 판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B 씨 측이 반발하자 감찰본부는 이날 오후 늦게 “B 씨를 입건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범죄의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전 검사에 대한 비난 소지가 더 크고 B 씨에게 피해자의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감찰본부는 조만간 B 씨를 입건유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검찰이 기소재량권을 남용하지 않는 한 공여자를 처벌하지 않는 사례도 용인된다”면서도 “전 검사를 처벌하면서 B 씨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결국 검찰의 법 적용이 ‘궁여지책’이란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