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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여친’에 푹 빠진 일본 男, 자신의 결혼식에서…

입력 | 2012-11-26 13:45:00


지난 주 토요일(24일), 일본인 남성 A씨는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결혼식에는 A씨가 너무나도 사랑한 또 다른 여자친구 3명도 참석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들'을 실제로 볼 수는 없었다. '그녀들'은 바로 게임 속 여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일본 인터넷 매체 재팬투데이는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용 가상 연애 게임 '러브플러스'에 푹 빠진 한 일본 남성이 24일 자신의 결혼식에 가상의 여자친구들을 데리고 왔다며, 일본 남성들의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중독에 대해 26일 소개했다.

일본에서만 25만 장 이상이 팔린 '러브플러스'는 가상의 미소녀 3명과 실제처럼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이용자는 게임 속에서 여주인공과 키스를 하는 등 스킨십을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출시 직후 '외로운' 일본 남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이제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까지 발전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 게임을 하다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걸려 헤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등의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마니아들은 이 게임의 개발자들을 장인, 장모라 부르고 있다.

심지어 이제는 자신의 결혼식에 가상의 여자친구를 직접 데리고 나타나는 남성까지 등장했다고.

재팬투데이에 따르면 A씨는 24일 열린 자신의 결혼식에 특별 지정석 3개를 마련했다. 러브플러스 게임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아네가사키 네네, 다카네 마나카, 코바야카와 린코를 위한 자리이다. 가장 중요한 자리는 A씨가 가장 아낀 네네의 자리였다.

아무리 가상이라고는 하지만 신부가 이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였을까. 많은 하객들이 궁금해 하는 가운데 신랑과 신부는 결혼식 후반부에 또 다른 특별 의식을 치렀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이혼식의 한 풍경처럼 두 사람은 A씨의 닌텐도에서 러브플러스 게임 카트리지를 꺼내 이를 나무망치로 힘껏 내려쳤다. 현실의 행복을 위해 가상의 여자친구와 이별을 한 것이다. 현장에 있던 한 하객은 신랑이 망치를 내려칠 때 울먹였다고 전했다.

한편 러브플러스와 관련한 별난 사연은 이뿐만이 아니다.

A씨처럼 게임 속 캐릭터 '네네' 에게 푹 빠진 한 일본 남성은 실제로 도쿄 공업대학에서 네네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 결혼식에는 실제 성직자의 주례 하에 수많은 하객들이 참석했으며, 결혼식이 끝난 후 두 사람(?)은 괌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또한 2010년에는 신혼여행지로 유명했던 온천관광지 시즈오카현 아타미 시 당국이 러브플러스의 인기를 활용한 이색 관광 상품을 내놓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타미시는 러브플러스 게임 속 여자친구와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여행상품을 내놓았고, 게임에 빠진 일본 남성 1500명 이상이 혼자서 게임기를 들고 여행을 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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