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요금보다 50∼90% 저렴… 최근 주민정보 도용해 발급여행사 등서 대량구매 가능성… 백령군 전수조사 뒤 해경수사
인천 옹진군 백령도와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동아일보DB
26일 옹진군에 따르면 2006년부터 군이 관할하는 25개 섬에 주민등록을 둔 주민은 ‘도서민 여객운임 지원사업 규정’에 따라 매표소에서 신분증을 보여주면 해당 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의 뱃삯에 상관없이 최고 5000원까지만 내고 있다. 뱃삯이 5000원 이하일 경우에는 운임의 절반만 내면 된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국·시비를 합쳐 53억여 원을 섬 주민 뱃삯으로 지원했다.
또 2008년부터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와 대청도, 연평도 등 섬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섬 주민이 아니라 육지에 사는 인천시민에게도 여객선을 타고 이들 섬을 오갈 때 뱃삯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뱃삯이 가장 비싼 인천 연안부두∼백령도 쾌속선 편도 운임(성인 기준)은 6만6500원이지만 백령도 주민은 5000원, 인천시민은 절반인 3만3250원만 내면 된다. 이 밖에 타 지역 주민은 운임을 모두 내야 하지만 지난해 4월부터 휴가철을 제외한 비수기에는 군이 시행하는 ‘섬 나들이 사업’에 따라 관련 예산(10억 원 안팎) 한도 내에서 50%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백령도 주민들이 군에 “올 들어 주민들의 명의를 도용해 승선권을 발급받아 수십 차례나 이용하는 사례가 발견됐다”는 집단 민원을 냈다. 백령도 주민 김모 씨(46)는 “여객운임 지원사업 예산이 바닥이 나 정작 주민들이 승선권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최근 실태조사를 벌였다”며 “주민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수한 뒤 승선권을 허위로 발급받은 경우가 100건이 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군은 백령도 주민들의 입출항 기록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선 상태다. 해경은 일부 여행사가 주민들의 개인 정보를 도용해 표를 대량으로 구매한 뒤 관광객 등에게 판매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군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해경 관계자는 “섬 지역 주민들이 실제로 여객선을 이용했는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는 여객운임 지원사업의 허점을 노린 범죄”라며 “섬 지역 관광을 알선하는 여행사나 상인들이 섬 주민 승선권을 유통시킨 혐의가 드러나면 모두 형사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