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한 대재난을 다룬 영화 ‘투모로우’에서 주인공 대학생들이 자유의 여신상을 집어삼킨 해일을 피해 도피한 곳이 맨해튼 42번가 뉴욕공립도서관이다. 전기도 가스도 끊긴 도서관에서 학생들은 서가를 가득 채운 책을 태우며 추위를 견뎌낸다. 이들은 법전을 사정없이 불태워 땔감으로 사용하지만 니체와 구텐베르크 성서만은 차마 태우질 못한다. 도서관은 자연의 경고를 무시한 인간 지성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사용된다.
▷미국에서도 시민에게 친근한 도서관은 의회도서관이 아니라 도시마다 마을마다 있는 공공도서관이다. 프로야구가 열릴 때 뉴욕공립도서관 앞 사자상에는 시민들이 야구팀 모자를 씌워 놓는다. 도서관 중앙홀은 결혼식장으로 대여된다. 영화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가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치르려고 했던 곳이다. 주민이 장바구니를 옆에 놓고 책을 읽고 비디오를 본다. 이 도서관이 뉴욕시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가운데 10년 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요즘 한국에도 시립도서관 구립도서관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유아 어린이실까지 있어 주부들이 이용하기에도 편하다. 도서관에서는 문화예술인을 초청한 문화강좌도 활발하게 열린다. 이것이 지방자치의 참모습일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