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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서울도서관

입력 | 2012-11-27 03:00:00


현존하는 세계 최대 도서관은 워싱턴 의회도서관이다. 서가 길이가 1046km에 장서는 1억4200만 권, 사서는 4000명이나 된다. 웅장한 외관이 도서관이라기보다는 궁전을 연상시킨다. 우리 국회도서관 장서가 460만 권이니 미 의회도서관의 엄청난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우리 국회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은 디지털 환경에서 첨단을 걷는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재난을 다룬 영화 ‘투모로우’에서 주인공 대학생들이 자유의 여신상을 집어삼킨 해일을 피해 도피한 곳이 맨해튼 42번가 뉴욕공립도서관이다. 전기도 가스도 끊긴 도서관에서 학생들은 서가를 가득 채운 책을 태우며 추위를 견뎌낸다. 이들은 법전을 사정없이 불태워 땔감으로 사용하지만 니체와 구텐베르크 성서만은 차마 태우질 못한다. 도서관은 자연의 경고를 무시한 인간 지성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사용된다.

▷미국에서도 시민에게 친근한 도서관은 의회도서관이 아니라 도시마다 마을마다 있는 공공도서관이다. 프로야구가 열릴 때 뉴욕공립도서관 앞 사자상에는 시민들이 야구팀 모자를 씌워 놓는다. 도서관 중앙홀은 결혼식장으로 대여된다. 영화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가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치르려고 했던 곳이다. 주민이 장바구니를 옆에 놓고 책을 읽고 비디오를 본다. 이 도서관이 뉴욕시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가운데 10년 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요즘 한국에도 시립도서관 구립도서관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유아 어린이실까지 있어 주부들이 이용하기에도 편하다. 도서관에서는 문화예술인을 초청한 문화강좌도 활발하게 열린다. 이것이 지방자치의 참모습일 것이다.

▷26일 개관 한 달을 맞은 서울도서관이 시민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책을 보러 나온 직장인은 물론이고 주말이나 오후에는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로 북적인다. 부족한 장서와 비좁은 열람실, 소음이 문제지만 다른 것은 나무랄 게 없다. 서울도서관은 오세훈 전임 서울시장이 구상했고 박원순 시장이 문을 열었다. 옛 서울시청에 시민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이 들어온 것도 흐뭇하다. 전현직 시장이 공동으로 완결시킨 프로젝트라 더욱 반갑다. 서울도서관이 뉴욕공립도서관 못지않은 서울의 명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