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지지자 “정권교체 위한 용단” 朴지지자 “5년 후를 노린 후퇴” 文지지자 “안철수의 패배 선언”
유권자의 눈에 비친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는 ‘양보’보다는 ‘패배’에 가까웠다. 동아일보의 심층면접에 응한 150명 중 46명은 안 전 후보가 대선에서 물러난 이유가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응답자 3명 중 1명이 안 전 후보의 사퇴를 ‘패배 선언’으로 본 것이다.
다만 “정권교체를 위한 양보였다”고 평가한 응답자도 35명이나 됐다. ‘민주당의 구태 때문’(27명)이라거나 ‘차기 대선을 위한 노림수’(27명)라는 해석도 나왔다. 유권자 상당수는 안 전 후보가 정치인으로 화려하게 복귀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지지자별로 안 전 후보의 사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다. 안 전 후보를 지지했던 50명 사이에선 ‘정권교체를 위한 용단’이라는 의견(16명)이 가장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문 후보로 지지 후보를 바꿨다. ‘민주당의 구태 때문’(13명)이라고 한 응답자 중 8명은 기권하거나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부산 동래구에 사는 대학생 박모 씨(24·여·안 전 후보 지지)는 “안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의 기성 정치에 실망하고 정치 개혁에도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며 “나도 더이상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후보 지지자 중 30명은 안 전 후보의 사퇴를 ‘문 후보의 승리’ ‘정권교체를 위한 양보’로 평해 단일화에 성공했다는 해석에 무게를 뒀다. 박 후보 지지자 중 17명만 ‘단일화가 성공했다’고 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후보 지지자는 ‘아름다운 단일화’가 될까봐, 문 후보 지지자는 안 후보로 단일화될까봐 걱정했다”며 모두 ‘최악은 피했다’고 생각하며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 전 후보가 사퇴한 뒤 두 후보 지지자의 충성도는 높아졌다. ‘후보 지지 정도’를 1∼10점 척도로 묻는 질문에 박 후보 지지자의 충성도는 평균 8.52점으로 10월 말 1차 조사의 8.18점보다 0.34점 높아졌다. 문 후보 지지자의 후보 충성도도 8.43점으로 1차(7.97점)보다 0.46점 올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