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우선… 그래도 文” 50%“朴도 安후보사퇴 득볼것” 46%
“꼭 안철수가 아니더라도 정권교체를 해야 서민이 산다.”(조모 씨·46·제주)
“안철수가 후보를 내려놨듯 나도 표를 내려놓겠다.”(김모 씨·28·경북 영주)
“불안한 ‘친노 정권’보단 안정감 있는 박근혜가 낫다.”(신모 씨·64·서울)
○ 安→文 “정권교체가 최우선”
본보가 10월 25∼31일 실시한 1차 심층면접조사에서 문 후보로 단일화됐을 때 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한 안철수 지지자는 66%였다. 하지만 이번 2차 조사에서는 16%포인트가 줄어든 50%가 문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물론 절대수치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안 전 후보와 문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 ‘어떤 경우라도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서울에 사는 김모 씨(29)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이 워낙 커 차선이나 차악을 택하더라도 정권교체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곽모 씨도 “단일화 과정에서 문제가 있긴 했지만 문재인을 안 밀어주면 박근혜가 득을 볼 텐데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안철수 지지자 중 ‘싫어하는 후보’로 박 후보를 뽑은 비율(68%)도 문 후보(18%)보다 훨씬 높았다.
안 전 후보의 정치 노선을 계승할 후보가 문 후보밖에 없다고 판단한 지지자도 적지 않다. 광주 북구에 사는 김모 씨(50)는 “안철수가 원했던 새로운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은 문재인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최모 씨(40)도 “안철수가 사퇴 기자회견에서 단일후보는 문재인이라고 밝힌 이상 그 뜻에 따라 지지할 생각”이라며 “문재인도 민주당 소속인 점은 싫지만 사실 대통령감 아니냐”고 답했다.
기존 문 후보 지지자들은 안철수 지지자 절반이 ‘비(非)문재인’으로 가닥을 잡은 것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았다. 인천 계양구의 박모 씨(39)는 “지금은 안 전 후보 지지자들이 일시적인 실망감에 문 후보나 민주당이 밉겠지만 선거가 임박하면 ‘박근혜는 안 된다’는 정서가 강해져 문 후보로 기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사퇴 후 기권하겠다고 밝힌 안철수 지지자는 4명 중 1명꼴이다. 동일 집단을 대상으로 한 본보 1차 조사 때 안철수 지지자의 46%가 단일화에 반대했는데, 단일화 과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열되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투표 의지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당에 대한 강한 반감’이 이들을 기권층으로 만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남 목포시의 김모 씨(38·여)는 “이번 단일화 과정은 힘과 조직의 논리만 보여준 것으로 문 후보의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정치적 후퇴”라며 “개혁 세력이 빠진 이번 선거에 참여할 의미를 못 찾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 씨(53·여)는 “문재인을 뽑자니 실패한 정부인 노무현 정부 세력에게 또 나라를 맡기게 될 것이고, 박근혜를 뽑자니 역사의 시계를 되돌리는 것이어서 답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의 사퇴 충격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응답자도 많았다. 전북 전주시의 오모 씨(51)는 “안철수 사퇴 후 밥맛도 없고 우울한 기분이 든다. 투표고 뭐고 신경 쓰기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 安→朴 “국정안정이 차선책”
안 전 후보 지지자 가운데 18%는 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로, ‘반민주당’ ‘반친노’ 정서가 강했다. 1차 조사 때 안 전 후보 지지자의 64%가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 또는 보수로 답했을 정도로 안철수 지지층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넓다. ‘안철수식 정치 개혁이 이번 대선에서는 불가능해졌지만 친노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신광영·김준일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