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브랜드가 평균 1.85배 비싸지만 만족도는 국산에 뒤져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동복에 붙은 가격표를 보며 한 번쯤 해봤을 푸념이다. 이왕이면 백화점에서 고급 아동복을 사 입히고 싶은 게 부모들의 마음. 일부 아동복 업체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판매 가격, 만족도를 비교해 보니 해외 직수입 브랜드가 국내 브랜드보다 소비자 만족도가 낮은데도 가격은 더 비쌌다. 과도한 유통 마진 때문에 아동복 가격에 상당한 ‘거품’이 낀 경우도 많았다.
○ 해외 직수입 브랜드 1.85배 수준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는 국내 브랜드가 오히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원이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7세 미만의 자녀를 둔 20∼50세 여성 405명을 설문한 결과 총 5개 항목 중 4개에서 국내 브랜드가 해외 브랜드 제품보다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응답자들은 △원단의 품질 △내구성 △편리성 △활동성 등에서 국내 브랜드를 선호했다. 다만 디자인 면에서는 해외 브랜드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해외 직수입 브랜드는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이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등 4개국에서 모두 판매되는 티셔츠 4개 제품의 평균 가격을 비교해 보니 국내 판매 가격을 100으로 봤을 때 프랑스(92.4) 미국(90.6) 일본(88.9)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측은 “해외 본사가 국가별로 공급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고, 한국은 유통비용이 높아 상대적으로 소비자 가격이 높게 나왔다”고 분석했다.
○ 유통 마진이 70% 넘어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아동복 브랜드 제품의 경우 전체 소비자가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백화점 수수료(36%)였다. 특히 아동복 브랜드의 수수료율은 백화점 전체 평균 수수료율(29%)보다 높았다. 여기에 백화점 내 판매사원 수수료를 합치면 소비자가격의 51% 수준이고 제조원가 비율은 25%에 그쳤다.
한편 아동복 가격이 상당 부분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원의 조사 기간 중 93.4%의 브랜드가 할인판매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 업체는 백화점 등의 정기세일 기간이 아닌데도 평균 27% 정도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팔았다.
김연화 연구원장은 “공공연하게 할인 판매를 하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처음 시판되는 시점의 영유아복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의미”라며 “이는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소비자들이 아동복이 비싸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고가 제품을 구매하고 있어 좀 더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