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의 옛 이름은 ‘골동반(骨董飯)’이다. 섣달그믐날 저녁 남은 음식을 모아 비벼 먹은 데서 유래됐다. 19세기 말 요리책 ‘시의전서’에 처음 등장한 골동반은 ‘어지럽게 섞는다’는 뜻을 지녔다. 비빔밥은 한식 세계화의 선두주자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1997년부터 비빔밥을 기내식으로 제공하는데 내외국인 불문하고 선호 메뉴다. 외국인들은 밥 따로 재료 따로 먹기도 한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도 비빔밥 마니아였다. 앤젤리나 졸리, 귀네스 팰트로 같은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저칼로리 다이어트식으로 챙겨 먹는다.
▷한국 드라마에선 시련을 겪은 여주인공이 큰 양푼에 밥을 쓱쓱 비빈 뒤 입안 가득 떠먹는 장면이 흔히 등장한다. 이때의 비빔밥은 몸의 양식뿐 아니라 정신적 허기를 달래고 기운을 차리게 만드는 마음의 보약이란 의미일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26일 TV 단독 토론회에서 가장 자신 있는 요리로 비빔밥을 꼽았다. 다양한 재료가 섞여 맛을 내듯 각자 개성과 지역마다 특성은 달라도 온 국민이 하나가 될 때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뜻에서 비빔밥을 통합의 상징물로 내세운 모양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