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서 신나게 춤춘 당신은… 고마운 기부천사
우리 사회에 나눔 문화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클럽 행사 수익의 10%를 기부하기로 한 남규보 패스트매거진 이사, 김재식 ‘브이엑스’ 대표, 하재욱 위메이크프라이스 실장, 한동구 패스트매거진 대표, 황재진 클럽 ‘에이블’ 이사(왼쪽부터).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주말 밤답게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스테이지를 가득 채운 젊은 남녀들이 일렉트로닉 음악에 맞춰 저마다 몸을 흔들고 있었다. 여느 강남 클럽과 다름없는 분위기. 하지만 이날 클럽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 파티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기로 한 것. 파티에 참석한 광고기획사 대표인 한승우 씨(33)는 “평소 생활을 그대로 즐기면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니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과시하기 위한 기부보다는 더 자연스럽고 친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파티를 기획한 이들은 1978년생 동갑내기 친구들. 이들은 자신들이 대학에 입학한 해를 따 스스로를 ‘응답하라 1997’로 부른다. 이들은 각각 패션 잡지사 운영, 소셜커머스 업체 실장, 이태원 클럽 이사, 모바일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대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업 파트너 등으로 함께 일을 하다가 서로 동갑인 것을 알고 모임을 만들었다. 이날 파티는 모임의 멤버 중 한 명인 뮤직비디오 감독 오세훈 씨의 제안으로 기획됐다. 남규보 패스트매거진 이사는 “공동모금회에 재능기부를 한 적이 있는 세훈이가 ‘우리의 아이디어와 사업모델을 가지고 기부를 해보자’고 제안해 기부파티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남 이사는 “누구나 마음으로는 기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천은 생각보다 힘들다”며 “우리 역시 평소 다른 단체에 기부를 많이 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형식의 기부 문화를 만들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 실장은 “처음부터 클럽 파티를 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며 “기부를 할 수 있으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이슈가 될 수 있는 공간과 아이템을 찾다 보니 클럽 파티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클럽 하면 다들 유흥을 즐기는 곳, 음침한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같은 생각을 뒤집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진우·박훈상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