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전재정포럼 토론회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대통령 당선자는 불필요한 재정 사업을 정리하는 ‘예산 청소작업’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미국처럼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의 한도를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전직 경제부처 장차관 및 재정학자, 언론인들의 모임인 건전재정포럼은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재정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 공동대표로 주제발표를 한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차기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할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경제기획원 예산심의관, 기획예산처 차관 등을 지낸 그는 예산 및 재정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는 또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사업의 비용과 효과를 알기 쉽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방 공항의 적자 상황, 수돗물의 원가, 대학의 1인당 학생보조금 등을 예로 들었다. 이런 자료가 공개돼야 비로소 비효율적인 재정지출 사업의 실상이 국민에게 알려져 재정개혁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5년마다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한도를 법률 또는 예산총칙으로 정해야 한다”며 “재정지출 관련 법률은 ‘10년 한시법’으로 만들어 재정 지원의 타당성을 자동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전 장관은 “한국의 재정 상태는 아직 외국에 비해서는 건전하지만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심해져 ‘재정 규율’이 무너지고 있다”며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의원입법 제출 건수도 15대 국회 때 13건에 불과했지만 18대에선 2782건으로 급증했다”고 소개했다.
최 전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제시한 방안을 다 이행한다 해도 솔직히 각 캠프에서 말하는 만큼 예산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며 “다만 선거 직후는 당선자에게 힘이 충분히 실리는 시기인 만큼 이때부터 충실히 재정개혁을 하면 향후 나라 곳간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