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 표밭으로… 첫날 유세 24시
《제18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27일 시작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이날부터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를 놓고 22일 동안의 열전에 돌입했다. 박 후보는 자신의 ‘약속’(세종시)과 국민대통합의 상징 지역인 충청을, 문 후보는 대선 승패의 열쇠를 쥔 지역으로 판단한 부산을 찾아 첫 유세에 나섰다.》
■ 朴 최대 승부처 충청-전북 찾아 9곳 강행군, 찬조연설
昌 “文, 순진한 安 벼랑 몰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전역 광장에서 수화 찬조연설자에게 빨간 목도리를 선물하며 직접 목에 둘러주고 있다. 대전=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약속’과 ‘국민대통합’의 상징이자 이번 대선의 최대 공략지역인 중원(충남, 전북) 표심 잡기에 나섰다.
대전역 유세에선 초반 기선 제압을 하려는 듯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에 대한 맹공을 퍼부었다. 박 후보는 “지금 야당 후보는 스스로를 폐족(廢族)이라 불렀던 실패한 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였다”면서 “정권을 잡자마자 ‘국가보안법을 페기하겠다’, ‘사학법을 개정하겠다’ 등 이념 투쟁으로 날밤을 지새웠다”고 문 후보를 정면 겨냥했다.
이번 대선을 ‘준비된 미래’ 대 ‘실패한 과거의 부활’ 구도로 끌고 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문 후보가 몸담았던 노무현 정부에 대해 “서민정권이라 주장했지만 서민을 위했던 정책 하나라도 기억나는 게 없다.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한 적 없이 지금도 ‘남 탓’만 하고 있다”며 “실패한 과거 정권이 다시 부활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찬조연설에 나선 이회창 전 대표는 단일화를 ‘야바위 굿판’에 비유하며 “문 후보는 정치에 처음 나온 순진한 안철수 후보를 슬슬 구슬리다 결국 벼랑에 몰아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게 했다. 안 후보의 사퇴는 정치적 자살과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를 향해서도 “안 후보를 저는 안 박사라고 부른다. 안 박사는 괴테의 파우스트 박사가 청춘을 얻기 위해 악랄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듯이 (민주당에) 영혼을 팔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부여 중앙시장에선 인파가 유세차량이 있는 길목을 메우면서 경호원들이 박 후보를 잡아끌며 길을 트기도 했다. 하지만 전북에선 유세차량에서 약간 떨어져 관망하듯 지켜보는 유권자들이 눈에 띄었다. 전북대 앞 대학로에서 열린 유세는 지나가는 대학생 등 300여 명이 지켜봤다. 김경재 국민대통합위 기획조정특보가 나서 분위기를 띄우고 청년 자원봉사자들이 “원칙 소신 박근혜” 등 구호를 외쳤지만 호응은 그리 크지 않았다. 박 후보는 “이 시대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는 국민대통합의 핵심에 인사 대탕평이 있다”며 “대탕평 인사를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대전·전주=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文 부산-창원 거쳐 서울 광화문서 세몰이 “安 아름다운 결단”
노무현 언급 안해
목도리 선물받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한 선거운동원에게서 목도리를 선물 받고 있다. 부산=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부산 경제 많이 어렵지요. 그런데 왜 이명박한테 표를 줬습니까?”
김 전 위원장이 경상도 억양이 가득 묻어나는 말로 분위기를 잡자 지지자들은 “맞다, 맞다”, “나는 표를 준 적이 없다”며 호응했다. 열기가 달아오를 무렵 문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문성근 시민캠프 공동대표가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며 문 후보를 소개하자 주위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안철수 전 후보 지지층을 흡수하는 것이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된 점을 의식한 듯 문 후보는 안 전 후보를 최대한 예우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아주 큰 결단, 아주 아름다운 결단을 내려줬다”며 “안 후보가 이루고자 했던 새 정치의 꿈을 제가 앞장서서 안 후보와 함께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해선 “유신독재의 대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후보는 “박 후보는 과거 5·16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 세력의 잔재를 대표하고 있다”며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불통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정치를 해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노무현’이란 이름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부각하며 ‘친노 대 반노’ 구도로 대선판을 짜려는 것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다. 문 후보는 첫 유세라 긴장한 듯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통합진보당 후보로 잘못 부르거나, 권영길 경남도지사 후보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로 보이는 한 여성은 “내 돈 70억 원 내놔라”라며 소리를 지르다가 당직자들에게 제지당하는 소동도 있었다.
부산 사상에서 짧은 유세를 마친 뒤 문 후보는 곧바로 경남 창원으로 이동했다. 그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에 대해 “국민의 정부에서 두 차례의 서해교전을 겪으면서 단호하게 도발을 격퇴하고 NLL을 지켜냈다. 참여정부 5년 동안 NLL에서 단 한 번의 충돌이 있었나? 아예 북한이 도발할 수 없도록 막았다”며 “천안함 침몰사건,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NLL이 뻥뻥 뚫리고 무력하게 만든 정권이 누구냐”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부산·경남(PK) 유세를 마친 문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로 올라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유세를 벌였다. 여기선 부인 김정숙 씨와 손학규 정세균 고문 등 당내 지도부급 인사들이 총출동해 대대적인 세몰이에 나섰다.
부산·창원=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