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핀 포인트]애제자 장성호 내보낸 코끼리 감독

입력 | 2012-11-28 03:00:00


프로 통산 2000안타를 친 장성호(35)와 왼손 신인 투수 송창현(23). 이름값으로 보면 단연 장성호가 앞선다. 그러나 김응용 한화 감독은 미련 없이 장성호를 롯데로 보내고 송창현을 받았다.

한화는 안 그래도 선수 층이 얇다. 에이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둔 데다 박찬호의 재계약 여부도 불투명하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군침을 흘렸던 외야수 김주찬과 투수 정현욱은 각각 KIA와 LG에 빼앗겼다. 선수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검증된 선수를 젊은 유망주 투수와 바꾼 것이다.

이는 김 감독 특유의 선수 기용 스타일에서 비롯됐다. 과거에 해태를 9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을 때부터 김 감독은 신인급 선수를 선호했다. 그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재능 있는 신인급 선수는 팀에 큰 활력소가 된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누구나 주전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기존 선수들에게는 언제든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긴장감을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장성호는 신인 때 김 감독의 총애를 받았던 선수다. 김 감독은 충암고를 졸업하고 1996년 해태에서 프로에 데뷔한 장성호를 신인 때부터 주전 외야수로 기용했다. 당시 해태에는 이종범을 비롯해 이순철 홍현우 이건열 동봉철 등 내로라하는 선수가 즐비했다. 김 감독은 고참들의 불만을 개의치 않고 장성호에게 꾸준히 출장 기회를 줬다. 장성호는 그해 타율 0.206으로 부진했지만 이듬해 타율이 0.268로 뛰더니 1998년부터 9년 연속 타율 3할을 쳤다.

트레이드 소식을 접한 장성호는 “감독님께 서운한 건 없다. 새 팀에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최강의 팀을 만들기 위해 이름값이나 인정 등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던 김 감독의 팀 개조는 이제 시작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