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檢 전체가 격랑 속으로
갈라선 檢총장-중수부장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 국 특수부장회의에 나란히 입장하고 있는 한상대 검찰총장(앞쪽)과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 두 사람은 이번 감찰 파문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감찰의 표면적 이유
대검이 감찰에 들어간 표면적 이유는 최 중수부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김수창 특임검사팀의 수사를 받고 있는 김광준 검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최 중수부장은 김 검사의 비리에 대한 대검 감찰본부의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이던 8일 오후 김 검사에게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검사 비리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는 8일 오후 늦게 처음 나왔다.
한 총장은 28일 오후 이 문제를 보고받은 뒤 곧바로 감찰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준호 감찰본부장에게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게 했다. 통상 감찰조사는 결과가 나온 뒤에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한 총장이 이처럼 대응한 것은 나중에 이 사실이 ‘비리 검사를 중수부장이 도왔다’는 식으로 흘러나가 언론에 보도될 경우 검찰이 또다시 오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공개 감찰을 통해 분명히 짚고 가야 한다는 판단의 결과라는 설명이 나온다. 하지만 과연 이 사안이 공개감찰까지 해서 중수부장의 도덕성에 상처를 줘야 할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찰 안팎 모두에서 비판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 중수부 폐지와 총장 퇴진이 핵심
중수부 폐지 문제는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는 수사를 벌일 때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권 차원의 하명(下命) 수사, 표적 수사를 일삼는 중수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은 그때마다 총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중수부 폐지를 반대해왔다. 특히 중수부가 폐지되면 검찰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사권이 약화돼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자 최 중수부장을 중심으로 한 특별수사통 검사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한 총장이 ‘수뇌부 퇴진론’을 무마하기 위해 중수부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한 총장이 중수부 폐지를 제물삼아 최근의 검찰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옳고 그름을 떠나 최근의 상황에서 검찰 조직 전체를 벌집 쑤신 것처럼 만들 수 있는 ‘중수부장 감찰 카드’를 꺼낸 것 자체가 무리수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총장 퇴진론이 검찰 조직 전반에서 강해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강하다.
최근 회삿돈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예상보다 낮은 징역 4년이 구형된 것과 관련해 ‘봐주기 구형’ 논란이 빚어진 것도 특수부 검사들을 총괄 지휘하는 최 중수부장과 한 총장 간 갈등의 연장선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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