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뱅킹에 창구 거래 급감… 시중銀지점들 다양한 변신
실적도 지점의 창구 은행원 못지않다. 최근에는 한 방송사 제작진 10여 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이들을 SC은행의 급여 통장 고객으로 유치했다. 또 일부 고객에게는 기존의 연 7%대 대출을 연 4%대 초반의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도왔다. 그는 “국내 은행 산업이 정체됐지만 외근이 많아서 따로 시간을 내 은행을 방문하기 힘든 고객 같은 틈새시장을 노리면 얼마든지 성장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뱅킹의 확산으로 은행 지점의 창구 거래가 10건 중 1건꼴에 그치면서 지점의 영업 형태가 바뀌고 있다. 은행들은 지점을 벗어나 영업 공간을 확장하는 동시에 지점의 상담 기능을 오히려 강화하는 ‘2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금융권은 앞으로 인구가 줄어 은행 지점의 덩치 키우기가 무의미해질 것으로 보고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SC은행은 지점을 ‘다운사이징(크기 줄이기)’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1, 2년 사이 전국 350여 개 점포 중 40여 곳을 330∼450m²에서 200∼250m²로 줄였다.
이는 은행 지점을 찾는 고객 수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창구에서 하는 거래가 9월 말 현재 12.2%에 그친 반면 인터넷뱅킹이나 현금입출금기(ATM) 등 비(非)대면 거래가 87.8%에 이른다. 박종복 SC은행 소매채널사업본부 전무는 “기존에는 고객을 접하는 중심이 지점이었기 때문에 목 좋은 자리에 큰 점포를 내는 게 관건이었지만 인터넷뱅킹이 생각보다 빨리 확산되면서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즉시 찾아가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소매금융에 뛰어든 KDB산업은행도 당초 전국에 200여 개 지점을 개설할 계획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를 120∼135개로 낮춰 잡았다. 한국보다 빨리 저출산,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일정 수 이상의 지점을 내는 것은 과잉투자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수재 산업은행 종합기획부장은 “개설 지점 수는 최소화하는 대신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金과장은 ‘장돌뱅이 은행원’ ▼
버스정류장 옆 ATM IBK기업은행이 인천 남구 관교동 신세계백화점 앞 버스정류장에 설치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기업은행은 고객들이 자주 오가는 정류장에 ATM을 둬 고객들이 은행 지점까지 찾아가야 하는 발품을 덜어줬다. IBK기업은행 제공
○ 상담 비중 중요… 지점을 응접실로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기존 점포를 응접실처럼 느낄 수 있게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하나은행은 서울 강남구 선릉역지점과 양천구 목동남지점 등 일부 점포를 라운지처럼 바꿨다. 대기 공간에 안락한 소파를 갖다놓고 TV도 설치해 응접실처럼 꾸몄다.
영업시간을 파괴해 고객과의 대면 접촉을 늘리는 은행도 늘어나고 있다. ‘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라는 틀을 깨고 시간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회사원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와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영업시간이 낮 12시∼오후 7시인 직장인 특화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업무 시간에 오지 못하는 회사원 고객을 붙잡기 위한 전략이다. 우리은행도 서울 동대문구 두산타워 쇼핑몰에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여는 점포를 개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인구구조가 바뀌고 스마트뱅킹 이용자가 늘어나는 등 은행 거래 형태의 변화에 따라 지점의 변화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