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늙음은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장지완(張之琬)이라는 시인이 그런 뜻을 시에 담았습니다. 장지완은 순조 연간 율과(律科) 출신의 중인(中人)인데 그 생애가 자세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당대에는 시로 꽤 명성을 날렸던 사람입니다. 그는 백발이 싫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머리가 셀 때까지 살지 못한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목숨을 부지한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말이지요. 이래야 마음이 편합니다.
억지로 흰 머리카락을 뽑고 검게 물을 들이는 일은 백발에 꽃을 꽂는 일입니다. 소동파(蘇東坡)가 “사람은 늙어서도 꽃 꽂는 것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꽃은 노인 머리에 오르는 것 창피해 하겠지(人老簪花不自羞, 花應羞上老人頭)”라 한 것이 그 때문입니다. 늙음을 탄식하던 김창흡(金昌翕)이 늙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늙음을 잊으면 노망이 든 것이요, 늙음을 탄식하면 추한 것이다”라고 한 말이 슬프고 무섭습니다. 그러니 한 해가 또 가고 한 살 나이가 든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