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風磬)
―이태수 (1947∼ )
바람은 풍경을 흔들어 댑니다
풍경 소리는 하늘 아래 퍼져 나갑니다
그 소리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나는
그 속마음의 그윽한 적막을 알 리 없습니다
흔들릴수록 자꾸만 어두워져 버립니다
어둡고 아플수록 풍경은
맑고 밝은 소리를 길어 나릅니다
비워도 비워 내도 채워지는 나는
아픔과 어둠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어두워질수록 명징하게 울리는 풍경은
아마도 모든 걸 다 비워 내서 그런가 봅니다
바람 부는 날, 심사가 어지러운 시인의 풍경에 대한 동경이 맑고 깊다.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