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누비고 있는 여야 대선후보들이 29일에는 각각 ‘위기 극복’과 ‘정치 쇄신’을 앞세워 표 몰이에 나섰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자신의 이미지와 강점을 최대한 부각하는 전략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 지지층의 표심에 호소해 선거운동 초반 기선을 잡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서부권과 인천 지역을 찾아 자신의 ‘위기관리 능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 후보는 “빚 걱정, 집 걱정, 자녀 교육 걱정, 가계부채까지 국민 여러분의 어깨를 누르는 불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욱이 내년 경제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라며 “이번 대선에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정치적 목적과 이념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사람이 정권을 잡고 이 나라를 이끌면 가뜩이나 얇아진 중산층이 붕괴될 것”이라며 “문 후보는 민생도 어려운데 미래를 얘기하지 않고 과거를 얘기하고 있다. 과거와 싸우기 위해 대선에 나온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과 경남을 넘나들며 남부권 공략에 나선 문 후보는 이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과거 발언을 인용해 “‘마누라 빼고 다 바꾸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정당 혁신을 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쇄신 이미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안 전 후보와 그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6일 광주 방문 이후 사흘 만에 호남을 다시 찾은 문 후보는 전남 여수 서시장에서 “참여정부가 호남분들의 절대적 지지 속에서 집권했는데 호남의 한과 설움을 풀어 드리지 못했다. 송구하다. 세 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 다시는 호남이 서러움과 소외, 홀대를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라며 ‘호남 껴안기’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호남 일정을 마친 문 후보는 경남으로 이동해 정권교체를 외쳤다. 사실상 러닝메이트인 무소속 권영길 경남도지사 후보도 자리를 지켰다. 문 후보는 진주에서 “이번 대선에서도 경남이 정권교체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며 “민주정부 10년을 뛰어넘는 더 새롭고 더 개혁적이고 더 강하고 더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인천·여수·진주=고성호·손영일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