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집/권산 지음/332쪽·2만5000원·반비◇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이상현 지음/448쪽·1만8000원·시공사
‘집은 시작되고 지어지고 마무리되고 쓰여지고 사랑받고 지속되고 사라지며 마침내 추억을 남긴다’(건축가 김기석의 글 중). 고택 송석헌은 권헌조 옹(오른쪽 사진)에게 지속되는 삶의 현장이면서 동시에 추억이었다. 반비 제공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자식들마저 타지로 가면서 권 옹은 홀로 송석헌에 남았다. 그럼에도 그는 아침저녁으로 의관을 정제하고 집 뒤 언덕에 있는 부모님 산소를 성묘했다. 글을 읽고 예와 도리에 대해 공부하며, 무엇보다 ‘아버지의 아버지, 또 아버지로부터’ 내려온 이 집을 건사하는 것, 이는 권 옹이 선비로서 살아온 80여 년 삶의 전부였다. “집 안 곳곳에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다. 그 먼지 너머로 먼저 간 아내의 희미한 웃음이 남아 있고 그 먼지 사이로 아버지의 표정이 남아 있다. … 사람이 살아서 집이다. 그는 그렇게 믿고 있다.”
지붕에 기와 대신 이엉을 얹은 충북 보은 최태하 가옥의 안채. 시공사 제공
19세기에 지어진 충남 보은의 최태하 가옥에 들어서면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당대에 지어진 여느 사대부의 집보다 안채의 공간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 그리고 사대부의 집임에도 안채에 기와 대신 이엉을 올렸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화순 최씨 종가로 지어진 이 집의 며느리 김선묵은 남편과 자식을 먼저 보내고 홀로 되자 대를 잇기 위해 최태하를 양자로 들였다. 즉 집의 중심 인물이 여인이었던 것. 또 마을이 학을 품은 형상을 하고 있기에, ‘알을 품은 학’(즉, 여성이 사는 안채)에 무거운 짐을 지울 수 없어 지붕을 가볍게 하려고 기와 대신 이엉을 올렸다고 한다.
책에 나오는 고택들은 언뜻 보면 닮았지만 확연히 다른 고택의 다양한 진면목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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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