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식 재테크 조기유학 영어 응원 열풍유별난 평등주의, 부자되고픈 선망과 맞물려 집단적 쏠림현상◇열풍의 한국 사회/구난희 외 5명 지음/262쪽·1만6000원·이학사
돈을 더 많이 갖고 싶은 마음이야 인간의 본능이지만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부자 되기 열풍’이 불어 닥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대학 캠퍼스에는 저항 담론을 대체하는 ‘부자학 개론’ 강의와 ‘부자 동아리’가 생겨났고,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재테크 서적이 인기를 끌었으며,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002년 유행어가 된 한 신용카드회사의 광고 문구 ‘여러분, 부자 되세요!’는 소수의 특권층뿐 아니라 평범한 ‘여러분’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끌어냈다.
‘대박 열풍’도 ‘부자 되기 열풍’과 비슷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대박’이라는 용어는 투자에 비해, 단기간에, 많은 부를 획득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많은 국민이 이런 용어를 일상적으로 쓰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박은 보통 노력의 대가라기보다는 투기나 운, 또는 불법적 행위를 통해 얻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김왕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저돌적인 산업화를 경험한 한국 사회는 유독 사회적 상향 이동에 대한 열망이 높다. 또 한국인은 매우 높은 평등주의 의식을 갖고 있는데, 형편이 자신보다 나은 타자와 비교함으로써 늘 분배가 불공정하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이 좌절감을 한번에 벗어나려는 마음이 대박의 꿈으로 쉽게 전환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노동의 대가보다는 로또, 펀드, 부동산투기, 개발이익 등을 통해 부를 획득하려는 투기적 수혜자들의 ‘무임승차’ 행위가 하나의 열기로 표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영어 열풍은 미국 중심적 세계관이 지배하는 ‘문화제국주의적 요소’와 영어가 곧 계급 재생산의 기제로 기능하는 ‘문화자본주의적 요소’가 중첩되는 지점에서 그 폭발적 위세를 드러낸다는 해석도 흥미롭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열풍 현상을 사회학적으로 들여다보았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단지 논문들을 모아놓기만 한 점은 아쉽다. 각각의 열풍 현상을 아우르는 한국 사회의 ‘열풍론’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다른 사회와의 비교연구까지 했더라면 훨씬 흥미로운 결과를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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