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살인자/러셀 자코비 지음·김상우 옮김/304쪽·1만5000원·동녘
창세기 4장에 등장하는 ‘인류 최초의 살인’인 카인과 아벨 간의 형제 살인. 다니엘레 크레스피의 ‘카인과 아벨’. 동녘 제공
위험의 근원은 낯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익숙한 것에 있다. 이 책이 시종일관 강조하는 메시지다. 사람들은 종종 친척, 지인, 이웃처럼 자신과 가까운 사이에 있는 이들에게서 더 큰 불안과 위협을 느낀다. 저자는 이를 두고 ‘그들의 허물, 믿음, 욕망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달리 말하면 가까운 이들의 허물과 욕망을 덮어줄 만큼 우리가 완벽하지 않기에, 이들이 잠재적 위험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익숙한 사례를 엮어 새로운 발상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다양한 ‘이웃 살인’의 역사들을 들어 폭력의 뿌리를 추적했다. 멀게는 인류 최초의 살인이라고 불리는 성경 속 카인과 아벨 형제 이야기부터 가깝게는 현재진행형인 수단 내전까지, 친밀한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폭력의 모습을 조명한다.
“폭력은 형제 살인의 경향이 있으며,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닮았기 때문에 발생한다.”(205쪽)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저자의 지적은 무릎을 탁 칠 만큼 탁월한 해석이다. 물론 최근 기승을 부리는 ‘묻지 마 범죄’ 같은 특수한 형태의 폭력까지 아우를 수는 없지만, 세계적으로 여전히 매듭을 짓지 못한 대부분의 지역 분쟁들이 국가 간 전쟁이 아닌 내전에 가깝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그렇다. 달라도 너무 달라서 싸우는 게 아니라 비슷하고 친밀한 상대가 노선을 이탈하는 경우 느끼는 반감이 폭력을 부르는 셈이다. 미래의 이웃 살인으로부터 멀어지는 키워드는 관용이다. 관용에 인색하면 답은 없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