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들의 미국사/새디어스 러셀 지음·이정진 옮김/488쪽·2만5000원·까치
오늘의 미국은 어떤가. 흥겹게 몸을 움직이게 하는 리듬과 즉흥성이 특징인 재즈와 힙합이 없는 미국은, 게이와 레즈비언이 커밍아웃을 엄두도 못 내는 미국은, 브로드웨이 라스베이거스 할리우드가 없는 미국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 책은 미국이 어떻게 세상을 지금과 같은 형태로 변화시키고, 새로운 쾌락을 만들어내고, 자유를 확대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 주인공은 건국의 아버지, 노예 폐지론자, 사회주의 혁명가, 민권운동가와 같은 ‘위인들’이 아니다. 바로 술꾼과 매춘부, 게으른 노예와 범죄자, 탈선 청소년, 동성애자와 같은 ‘불한당들(renegades)’이다.
저자는 특히 “아프리카계 흑인 노예들이 누리는 ‘재미’는 백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썼다. 미국 시민의 규범에서 벗어난 흑인 노예들의 생활은 춤과 노래, 음주, 성생활에서 엄청난 자유를 누렸다. 노예해방 후에도 ‘목장의 호시절’로 돌아가고자 했던 흑인이 많았다고 전해질 정도다. 저자는 갱스터들이 없었다면 라스베이거스. 브로드웨이, 할리우드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미국 건국신화의 영웅에만 익숙해 있던 이들에게 이 책은 논쟁적이고, 분방하고, 저속하며, 독창적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