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 여부 초미의 관심
4월 발사 실패한 ‘은하3호’ 북한이 올해 4월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한 장거리로켓을 8개월 만에 다시 발사하겠다고 1일 예고했다. 4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기지의 발사대에 장착돼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던 장거리로켓 ‘은하3호’. 동아일보DB
군 당국은 북한이 4월에 쏜 장거리로켓의 1단 추진체 엔진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발사 직후 1단 엔진에 과부하가 걸려 액체연료가 누출되면서 1, 2단 추진체가 분리되기 전에 폭발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듯 북한은 최근까지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기지에서 로켓 추진체의 엔진 연소실험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군 고위 소식통은 “한미 정보당국은 미국 정찰위성이 발사장 인근에서 촬영한 연소실험의 그을음 크기로 볼 때 1단 추진체의 로켓 엔진 실험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국적 불명의 미사일 전문가 1명이 극비리에 입북한 사실이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됐다고 한다. 정보당국은 북한의 최근 장거리로켓 발사 준비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이 기술자의 구체적 신원과 동향 파악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본 교도통신은 2일 서방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과 북한이 미사일·핵 개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란 국방부와 민간 기술진 2명을 올해 10월부터 북-중 국경에서 85km 떨어진 북한 군사시설에 상시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란이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의 단(段) 분리와 탄두 소형화 기술을 지원받고, 북한은 토목공학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란 기술진이 10∼22일로 예고된 장거리로켓 발사를 참관하기 위해 동창리 기지에 머무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은 4월 장거리로켓 발사 당시 지상의 원격자료수신장비(텔레메트리)를 통해 확보한 발사체의 엔진 상태 등 관련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실패 원인을 보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보유한 상당 수준의 액체 로켓 엔진 기술력을 감안할 때 4월 발사 실패의 원인을 규명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인만 파악하면 결함을 보완해 4∼6개월 안에도 재발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20년 이상 장거리로켓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면서 축적한 기술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사 실패 원인을 보완했더라도 장거리로켓의 재발사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나로호 3차 발사 연기 사태에서 보듯 10만 개 이상의 부품과 극한기술의 결집체인 우주발사체의 발사 과정엔 수많은 돌발 변수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날씨도 로켓 발사 성공의 주요 변수다. 북한은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바람이 약하고 구름이 끼지 않는 맑은 날을 골라 발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겨울철의 낮은 기온은 로켓 추진체 내 액체연료나 전력장치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예고한 기간에 발사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는 관측도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