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김정은, 이 시점에 미사일 발사 왜
방북 中대표와 격렬한 포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달 30일 방북한 리젠궈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포옹하고 있다. 김정은은 힘껏 세 차례나 껴안았고 회담 후에도 세 차례나 포옹했다. 북한은 중국 대표단이 평양을 떠난 다음 날 장거리로켓 발사를 예고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 “대외적으론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
장거리로켓은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멀리까지 운반하는 장치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로켓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북한도 장거리로켓을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해 왔다.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적어도 대외적 측면에서 득실을 따져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북한은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09년 4월 장거리로켓을 발사했다가 북-미 관계 냉각이라는 역풍을 맞은 경험이 있다.
막 출범한 중국 시진핑(習近平) 체제도 북한 문제로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이 반가울 리 없다. 4년 만에 정부 간 대화를 재개하면서 순풍을 맞았던 대일관계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한국의 대선후보들이 ‘유연한 대북정책’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대남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2일 “한마디로 견적이 안 나온다”며 “대미, 대중, 대남 관계에서 생각해보면 로켓을 발사해야 할 실리적인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로켓 발사는 ‘대외용’이 아니라 ‘내부결속용’의 의미가 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먼저 김정일 사망 1년(17일)을 추모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북한은 그동안 핵 개발을 김정일의 최대 업적으로 선전해 왔고, 장거리로켓 개발은 핵개발과 한 묶음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2일 ‘당당한 핵보유국으로’라는 기사에서 김정일의 핵개발 업적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북한이 로켓 발사시기를 김정일 사망 1년을 전후한 10∼22일로 잡은 점, 로켓 발사를 발표하면서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앞세운 점 등을 통해서도 이런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로켓 발사는 김정일에 대한 ‘제수(祭需)용품’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정은의 군 최고사령관 등극(30일)과 김정은의 생일(1월 8일)을 축하하기 위한 예비 ‘축포’의 성격도 갖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일 사망 1년 추모, 유훈사업 관철, 김정은 최고사령관 추대 1년 축하 등을 동시에 노린 것”이라며 “대외관계는 고려하지 않고 일단 대내 결속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장거리로켓 발사를 통해 이영호 총참모장 숙청을 비롯한 대대적 수뇌부 교체로 어수선한 군심(軍心)을 다독일 수 있다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핵과 미사일은 북한 군부의 힘을 상징한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기 위한 명분을 쌓는 데 이번 로켓 발사를 이용할 수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제사회가 로켓 발사 이후 대북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은 이를 명분으로 3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중국이 상황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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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