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지나치게 감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팬들의 지적에는 일면 타당한 부분이 있다. 하은주는 보통 프로농구 선수들과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하은주는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방식으로는 프로 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유리몸’을 지니고 있다.
시즌 종료 후 몸 상태를 다시 끌어올리는 데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임 감독은 “다른 선수들이 한 달 정도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비해 은주는 2∼3배의 시간이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여자농구 선수들은 3월에 프로농구 시즌이 끝나면 4월엔 대부분 휴가를 받는다. 5월에는 국가대표팀이 소집된다. 컨디션 회복 속도가 느린 하은주는 5월에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후 여름까지도 몸을 만들기 어려운 적이 많았다. 그가 시즌이 한창인 가을에는 국가대표에서도 맹활약했지만 시즌 종료 후 여름에 열리는 국제대회에서는 제대로 뛰지 못했던 이유다.
이렇듯 하은주는 특수성이 있다. 그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다고 평가받는 하은주의 하드웨어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일부 팬의 성숙하지 못한 비난이 아쉬운 이유다.
다행스럽게도 2013년 세계선수권과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등은 가을에 열린다. 하은주가 활약하기에 무리가 없는 시기이다. 문제는 하은주가 그동안 부진했던 여름에 열리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다. 임달식, 이호근 등 전 대표팀 감독들은 “시즌 종료 후 곧바로 휴가를 주지 않고 재활에 힘쓴다면 여름에도 하은주를 뛰게 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런던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여자농구의 부활을 위해 ‘국보급 센터’ 하은주의 활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