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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살 바에는 차라리…” 비뚤어진 모정이 부른 비극

입력 | 2012-12-04 13:25:00

불우한 어린 시절 경험이 아들 학대·살해로 이어져




엄마가 아들을 때려서 숨지게 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버린 사건의 이면에는 '학대의 대물림'이 있었다.

최모 씨(37·여)는 지난달 25일 오후 창원시 진해구의 한 공원에서 아들 박 군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가방에 담아 주남저수지에 버린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2일 구속됐다.

그는 어린시절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며 불우하게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이 된 후에도 유흥업소를 전전했고 결혼 후에도 남편에게 학대를 당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

최 씨는 경찰에 범행동기에 대해 "내가 살아온 것과 비슷한 처지의 아들이 앞으로 사람들에게 학대받으며 살 바에는 차라리 죽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 가정폭력 속에 자란 부모 아이에게 '학대 대물림'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9월 가정불화로 경남 김해에 있는 집을 나올 때 세 아들 중 둘째인 박모 군(2)만 데리고 나왔다.

평소 박 군이 자주 울거나 자신과 닮았다는 이유 등으로 가족의 미움을 샀다고 생각한 최 씨는 박 군을 집에 남겨두면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박 군에게서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시절을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부모의 가정폭력을 지켜보며 자랐고 자신도 정신·신체상 학대를 당했다. 아버지가 사고로 숨진 뒤 친척 손에 맡겨져 고아처럼 살았다고 고백했다.

결혼생활도 순탄하지 못해 결국 집을 나왔고 아들과 함께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한 지인 집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최 씨는 1주일에 3~4차례씩 박 군을 때리는 등 학대를 일삼았다. 생후 36개월밖에 안 된 아들이 대·소변을 못 가리지 못해 혹시 방 안에서 실수라도 하면 심하게 때리는 등 사소한 일에도 폭행을 가했다.

어릴 때 신체·정신적 학대를 경험한 최 씨는 2000년대 후반 결혼 당시 남들과 같은 가정을 꾸리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 사회로부터 학대를 당한다는 생각·극심한 스트레스가 비극 불러

최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제대로 된 직업을 얻지 못하고 유흥업소를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후에도 남편과 자주 다퉜고 남편과 사회로부터 학대를 받는다고 생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최 씨가 지인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면서 정서가 더 불안해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아들이 자신처럼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거나 '학대받는다'고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 씨는 범행 한 달 전부터 '아들이 학대받으며 살 바에야 차라리 함께 죽어야 겠다'고 생각해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 '학대 대물림'을 막기 위한 국가적인 지원 필요

이번 사건은 최 씨의 과거 학대 경험과 정서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4일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 씨처럼 어린 시절 부당한 대우(학대)를 경험한 사람들 대부분이 분노 조절을 잘 못하는 특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최 씨도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가 자신의 통제 밖 행동을 보이자 감당하기 어려워 극단의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비극을 막으려면 학대의 대물림을 예방하는 '건강한 부모' 교육을 국가차원에서 실시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며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는 가정을 대상으로 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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