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교육 때문에 세살이… 전세금 상승 진원지
경기 용인시에 살던 증권사 애널리스트 백모 씨(36)도 1년 전부터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145만 원을 주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용인에서 직장이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까지 왕복 4시간 가까이 걸리는 출퇴근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장 씨와 백 씨처럼 교육이나 직장 문제로 자기 집을 떠나 세입자 신세를 택한 ‘집 있는 세입자’가 전국 108만 가구에 이르고 이들은 자신이 사는 주택의 전월세 상승분을 자기 집에 거주하는 세입자에게 떠넘기면서 전세금 상승의 진원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전월세대책 공약은 집이 없는 ‘생계형 세입자’ 구제에만 맞춰져 전세금 상승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의 38.1%는 40대, 29.3%는 30대였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거주자가 70.4%에 이르렀다. 서울 서초 강남 송파 양천 용산구와 경기 과천시처럼 입지 교육여건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고 집값이 비싸며 아파트 비중이 큰 지역일수록 ‘집 있는 세입자’ 비율이 높았다.
이들의 35.3%는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5분위였다. 4분위(24.6%), 3분위(29.6%)까지 합하면 70.5%가 평균 이상의 소득을 올렸다. 이들의 순자산도 3억6005만 원으로 자가 거주자의 3억4551만 원보다 더 많았다.
이들이 현재의 셋집으로 이사한 이유는 직장(19.8%), 교통(14.2%), 교육(12.2%) 순이었다. 특히 교육은 ‘집 있는 세입자’를 자가 거주자나 집 없는 세입자와 가르는 핵심 요인이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고교생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주는 주택 소유와 실거주가 일치하지 않을 확률이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2.9배 높다”고 진단했다.
‘집 있는 세입자’는 전세금 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집 있는 세입자들은 전세금 상승을 감당할 충분한 자산을 보유한 데다 전세금 상승분을 자기 집의 전월세 보증금 인상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전세금 상승 및 지역적 확산의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정민·문병기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