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에 LNG 화력발전소 착공
한준호 삼천리 회장은 인터뷰에서 “향후에는 계열사인 삼탄에서 석탄을 공급받아 국내에 석탄발전소를 짓거나 동남아 쪽에 민간 발전사업자로 진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본사에서 만난 한준호 회장(67)은 “발전소 건립으로 에너지기업의 꿈을 이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삼천리는 지난달 26일 경기 안산시에서 액화천연가스(LNG)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 착공했다. 한 회장은 “57년간 연탄과 가스 등 1차 에너지만 공급하다가 이를 가공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모든 에너지사업자의 꿈”이라고 말했다.
삼천리는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이만득 회장이 경영을 해오다 2010년 말 한 회장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한 회장은 행정고시 10회 출신으로 동력자원부와 산업자원부 에너지 분야에서 근무한 뒤 중소기업청장과 한국전력공사 사장, 한국원자력산업회의 회장 등을 지낸 국내의 대표적인 ‘에너지통’이다.
한 회장이 발전사업에서 높은 수익을 예상하는 것은 정부의 장기적인 전력공급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전력 공급이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원전이 예정대로 건설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대선후보들이 원전 재검토나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추가로 원전을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민간 발전사업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진다는 게 한 회장의 판단이다.
2004∼2007년 한전 사장을 지낸 그는 최근의 원전 고장도 우려스럽지만 더욱 걱정되는 것은 화력발전소라고 지적했다. 한 회장은 “잦은 원전 고장으로 화력발전소가 정비를 할 여유도 없이 계속 운영되다 보니 고장의 위험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전의 누적적자가 10조 원에 이르러 송·배전선 등을 보수하고 전력의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도 이뤄지지 않아 향후 전력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김중겸 전 한전 사장과 지식경제부의 갈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오너만 바라보며 경영하는 데 익숙한 민간기업 출신 사장들은 수익성에만 골몰해 정부와의 협상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전 사장이 전기요금을 올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와 불필요한 갈등을 빚을 필요는 없다”고 충고했다.
오랜 관료생활에도 불구하고 한 회장은 ‘승부사’ 기질을 지녔다. 2009년 평택국제화지구의 집단에너지사업자 선정에서 대기업인 SK를 제쳤는가 하면 광명보금자리지구의 집단에너지사업자 선정에서는 GS칼텍스와 손을 잡기도 했다. 한 회장은 “평소 친분이 있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을 만나 공동사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물 산업이 민영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발 빠르게 하수 처리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는 현 정부가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못하고 국내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국내 정유회사들의 현실을 간과한 채 알뜰주유소를 도입해 시장을 왜곡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회장은 “차기 정부에서도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정치적인) 압박 때문에 에너지정책이 정상적으로 펼쳐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