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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컬처 IN 메트로]경복궁? 창덕궁? 세트장? ‘광해’ 어디 계셨지?

입력 | 2012-12-05 03:00:00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한 장면. 영화 속 궁궐 장면은 경복궁과 창덕궁에서 하루씩만 촬영해 세트장 촬영 장면과 컷별로 편집했다. 이 때문에 스태프도 실제 궁궐과 세트장 장면을 구분하기 힘들다고 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눈 덮인 종묘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장면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에서 실제 촬영을 진행하기가 어려워 사진작가의 작품을 구입해 사용한 것이다.

‘광해’는 왕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주요 배경이 궁궐이다. 하지만 ‘광해’가 실제 궁궐 내에서 촬영을 진행한 기간은 경복궁과 창덕궁에서 하루씩 이틀뿐이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하선(이병헌)이 중전(한효주)의 손을 잡고 달리는 장면은 창덕궁과 경복궁에서 각각 촬영해 컷별로 편집했다. 영화 초반 중전이 왕으로 가장한 하선을 대전 밖에서 기다리는 장면은 경복궁에서 주로 촬영됐다. 촬영 대부분은 경복궁을 실제에 가깝게 재현한 전북 부안 영상테마파크와 경기 남양주촬영소 세트장에서 진행됐다.

이처럼 사극의 경우 실제 궁궐에서 장기간 촬영을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관람객을 받지 않는 휴관일을 이용해야 하고 건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외경 촬영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경복궁 근정전은 그중에서도 촬영하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보통 즉위식 등 특정 장면을 찍을 때만 허가가 난다. ‘광해’도 근정전에서는 촬영하지 못했다. 세종 때 발명된 화포 신기전을 다룬 2008년 영화 ‘신기전’ 역시 단 하루만 근정전에서 명나라 칙사를 맞이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하지만 영화 말미의 경복궁 장면은 다시 근정전에서 촬영하지 못하고 세트장에서 해야 했다.

올해 봄 방영된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는 왕세자비가 창덕궁 부용지에 시신으로 떠오르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장면은 실제 창덕궁이 아닌 전북 남원 광한루에서 찍었다. 하지만 사건의 범인을 쫓다 현대로 타임 슬립한 왕세자 이각(박유천)이 자신이 살던 창덕궁을 찾아가 문을 열라고 명령하는 장면 등은 창덕궁 돈화문 앞에서 촬영됐다.

결국 실제 궁궐 장면과 세트장 장면을 자연스럽게 잇는 것이 궁궐 촬영의 비밀인 셈이다. 어떤 곳이 실제 드라마와 영화에 나왔었는지 가늠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고궁산책법이 되지 않을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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