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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눔 릴레이] 장애학생들의 기부

입력 | 2012-12-05 03:00:00

이 아이들의 31만5000원… 수십억만큼 값진 큰 나눔




경기 수원시 고색중 특수학급 장애학생들이 직업훈련시간에 뽀로로모자를 쓰고 자신들이 만든 천연비누 등 공예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성원 김현규 군, 김주영 양, 천영호 윤현수 군. 뒷줄은 특수학급 김은희 교사(여)와 방주영 교사. 수원=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어요.”

11월 29일 경기 수원시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경기사회복지모금공동회(사랑의 열매) 주최 ‘희망 2013 나눔캠페인 출범식’에서는 뜻깊은 작은 기부가 이어졌다.

경기 수원 고색중 특수학급에 다니는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 6명이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그동안 모은 돈을 기부한 것. 정유경 양(14·1년), 윤현수(14·1년) 김현규 군(14·1년), 김주영 양(15·2년), 김성원(16·3년) 천영호 군(16·3년) 등은 그동안 비즈공예와 비누공예로 만든 물건을 판 31만5000원을 이날 기탁했다. 서로 손을 꼭 잡고 무대에 오른 학생들에게 우레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고색중 특수학급은 지적장애 청각장애 등을 가진 학생 7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1∼3교시 수업은 일반 학생들과 함께 하고 4∼6교시는 특수교사의 지도 아래 별도의 직업훈련과 일반수업을 받는다. 직업훈련은 월요일과 수요일 2시간씩 매주 두 차례 각종 공예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구슬로 목걸이 팔찌 등을 만드는 비즈공예와 꽃화분 머리핀 뽀로로모자 등을 만드는 종이공예, 천연비누, 전통매듭 등을 배운다. 일반 학생들보다 말이나 행동이 다소 느린 학생들이 보통 작품 1개를 만들려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꼬박 두 시간을 매달려야 한다. 친구들이 좋아하는 뽀로로모자나 매듭 등은 이보다 더 걸린다. 학생들이 이날 기부한 돈은 올해 1학기 동안 정성들여 만든 공예품 150여 점을 7월 12일 교내 동아리발표회 때 교직원과 학부모, 친구들에게 개당 1000∼5000원씩에 판매한 수익금 전액이었다.

이들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김은희 교사(45·여)는 2010년부터 학생들에게 봉사의 기쁨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다. 봉사나 기부는 꼭 많이 가진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김 교사는 학생들과 “금액이 적더라도 직접 번 돈으로 기부하자”고 뜻을 모았고, 이후 공예품 수익금을 지역 장애인단체나 사랑의 열매 등에 기탁했다. 학생들은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기부를 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평소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렸지만 이번에는 어렵게 용기를 냈다”며 “기부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런 행사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기뻐하고 격려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매듭을 잘 만드는 윤현수 군은 “떨리긴 했지만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고 천영호 군은 “굶주리는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음식도 주고, 나무도 심어주고, 집도 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천 군의 친구이자 도우미인 김환형 군(16)은 “우리도 못하는 일을 친구들이 하는 걸 보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자랑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2학기 때 만든 작품을 모아 21일 열리는 학교 동아리발표회에서 판매하고 수익금을 기부할 계획이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